"진영에 기댄 정치꾼이 소신있는 정치인을 매장한다"

머니투데이 대담=박재범 정치부장 정리= 정진우 , 이원광 , 강주헌 사진= 김휘선 기자 2020.04.1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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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8회-대담]불출마 선언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통합당 의원이 말하는 '건전한 진영의식'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대한민국4.0을 열자' 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두 의원은 우리 정치에 만연한 타락한 진영의식의 현실을 지적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 김휘선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대한민국4.0을 열자' 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두 의원은 우리 정치에 만연한 타락한 진영의식의 현실을 지적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 김휘선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사상 최악 20대 국회, 책임을 지겠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습니다. 막말과 무례와 비방과 억지와 독설들… 국민 앞에 내놓을 변명은 없어야 합니다.”(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년 10월24일)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정치권의 정파 간 극단적인 대립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합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입니다.”(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 2019년 11월17일)





표창원 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통합당 의원이 밝힌 ‘21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의 울림은 컸다. 막말과 농성 등으로 채워진 국회에서 그들은 고군분투했다. 합리적 자세로 대안을 추구했다. ‘적’이 아닌 경쟁적 동반자로 상대를 대했다. 안 되게 하려는 궤변보다 되게 하려는 논리를 찾았다.



현실은 그들을 좌절시켰다. 초선의 표 의원 뿐 아니라 3선의 김 의원조차 타락한 진영의식에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타락’ ‘오염’과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도 먼저 반성하고 머리를 숙였다. 합리적 인사들의 진솔한 반성이었기에 국민들의 아쉬움은 컸다.

머니투데이의 ‘대한민국 4.0’ 타락한 진영의식 기획을 접하며 공감했다는 두 의원은 국회를 비롯 정치 현장 곳곳에 물든 타락한 진영의식을 자세히 설명하며 자성과 쓴소리를 쏟아냈다. 극복 방안과 전망에 대해서도 립서비스 차원의 희망을 말하는 대신 “정말 힘들 것”, “22대 국회까지는 가야할 것” 등 냉정한 전망을 내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두 의원과 함께 상대를 인정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등 건전한 진영의식이 넘치는 ‘대한민국4.0’을 위해 우리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할지 대담을 가졌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김휘선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김휘선
◇싸움판 국회?…타락한 진영의식 ‘미러링’ 경쟁
-국회에서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타락한 진영의식’에 매몰돼 갈등이 벌어집니다.

▷김세연 통합당 의원=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보면 과거 민주당의 야당 시절을 떠올립니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 등과 똑같은 모습을 보며 ‘미러링’을 생각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에서 보인 극한투쟁, 무조건 반대 등을 똑같이 합니다. 학습효과가 국회 안에 축적된 것 같습니다. 그런 투쟁의 방법과 표현들을 여야가 서로 싸우면서 닮아간 것입니다. 일리가 있고 괜찮은 정책까지 모든 걸 반대하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지금 여권에서 통합당에 가혹한 비판을 하지만 실은 ‘누워서 침 뱉기’인 셈입니다. 거울처럼 반복이 되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합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 =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합니다. 당장 힘들지만 미래세대가 반드시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양쪽(여야) 모두 잘못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반성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입니다. 반성을 하면 명분이 쌓이고 상대방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야당 의원일 때는 정부 비판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로 여야가 뒤바뀌면서 변명과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며칠 만에 서로가 공격하고 방어하던 논리를 차용해 주장을 뒤바꾸었습니다. 정치혐오를 스스로 야기한 셈입니다. 그 과정에서 반성은 없었습니다. 견디기 어려웠던 부분입니다.

▷김세연 의원 = 거대 양당이 자기 지지 기반을 ‘배신’하는 결단을 서로 반복해서 내려야 합니다. 민주당은 노조개혁을 하고 보수정당은 재벌개혁을 하는 것입니다. 미래가 밝은 공동체라면 선순환을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은 자기 지지 기반을 보호해주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심화될 뿐입니다. 진영 논리를 약화시켜야 정치 전반, 공동체 전반에 발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3년 ‘아젠다2010’를 발표했습니다. 유럽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홀로 개혁을 진행했습니다. 지금의 독일을 있게 한 결단이었습니다. 이후 슈뢰더 총리는 실각했고 여당이던 사민당도 권력을 다시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강해졌습니다. 미래를 위해 그랬던 것입니다. 자기가 속한 정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책도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도입해야 합니다.

▷표창원 의원 = 전쟁과 스포츠를 비교해 봅시다. 전쟁에서 상대방은 적입니다. 적을 죽여야 합니다. 스포츠는 상대를 인정합니다. 경쟁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상대편을 향해 엄지척을 해줍니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전쟁을 합니다. 우리 편만 무조건 감쌉니다. 상대방이 잘하면 배우거나 치켜세우지 않습니다. 저격해야 합니다. 전쟁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전쟁 상태로 몰아갔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이런 흐름을 만듭니다.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고 실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과거 내부 갈등을 덮기 위해 전쟁을 선호했던 전제 군주들처럼 자신의 민낯을 보이는 게 유리하지 않을 때 다른 진영과 싸움에 기댑니다.

▷김세연 의원 = 선이냐 악이냐, 아군이냐 적군이냐, 상대는 경기의 상대방이 아니라 적이기 때문에 죽여야 하는 시대를 살아온 세대가 존재합니다. 정치는 스포츠가 아닌 전쟁이라는 관점이 장착돼 있어서 타락한 진영의식과 행태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획일성이나 이분법적 사고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죠. 예컨대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주목받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여론 형성이 중요해졌다고 하지만 저널리즘 훈련을 받지 않는 정치상업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양 진영에서 정치 사회의 극단화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공신력있는 기성언론들이 신뢰를 잃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훨씬 더 퍼지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표창원 의원 = 유튜브 정치 채널에선 인식 공격이 적잖습니다. 논리가 없기 때문에 인식 공격을 주로 합니다. 사실 어느 진영이 가치와 정책, 이념을 무장돼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눈앞의 전투를 치르느라, 당장의 승리를 쫓느라 바쁩니다.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진영이 필요합니다. 진영 자체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진영이 돼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을 적대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정책 등을 다듬고 훈련하고 알리고 설득하기 바쁜데 남의 진영논리까지 파고들어 비난할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상대를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존중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우리의 정책이 부족하구나’라고 깨달으면 다음을 준비하면 됩니다. 현재의 부족함을 깨닫고 자기 비판을 하면서 성찰하면 지금 당장엔 손해를 볼지 모르지만 미래엔 번영과 승리가 찾아옵니다. 그게 바로 100년 정당으로 가는 길입니다.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사진= 김휘선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사진= 김휘선
◇“원칙 유지” “법치 구현”…정치가 소신을 지키는 방법
- 정치인들이 갈수록 지지층 눈치를 보면서 소신 발언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신 발언을 하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테러 등 공격을 받는 사례도 많습니다.

▷김세연 의원=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문자 테러 등과 같은 폭력성입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이 다르다는 걸 밝히는 것은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더 나아가 의무입니다. 진영 내에서 나와 뜻이 다른 부분에 대해 심하게 공격을 하는 건 전체주의적 성향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든 보수든 비슷한 상황입니다.

▷표창원 의원 =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나오는 음모론에 반대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의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는데 그때도 소신을 밝혀 공격을 받았습니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처음이 중요합니다. ‘매장 당하고, 공천을 못 받을 텐데…’란 걱정을 뛰어넘으면 소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일관되게 유지하면 내쳐지진 않습니다. 또 의원들이 소신을 갖고 있다면 혼자만의 생각으로 남겨두지 말고 당내에서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얘기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의원들의 전문성에서 나오는 솔직한 생각은 양심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원들이 소신에 동참해주지 않으면 다양한 민주주의는 어렵습니다.

▷김세연 의원= 정치권에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추구에 공감대가 있습니다. 이걸 받쳐주는 것이 바로 법치입니다. 폭력의 행태가 온라인 세상으로 옮겨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혐오 등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시켜 놓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발전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좀 더 합리적인 상태로 복원시켜야 합니다.

▷표창원 의원= 자기 진영 내에서 일부 강성 세력이 ‘내부총질’이라며 여론몰이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결국 정치가 풀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이든 그러한 폭력을 부추기는 정치적 리더, 오피니언 리더가 있습니다. 뒤에서 권력을 갖고 누리려고만 합니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리더일수록 앞장서서 지지자들에게 ‘이건 아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나는 그걸 용인하지 않는다,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 지지자의 발언이나 행동이라 생각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입니다.

▷김세연 의원 = 정치권에서 농담처럼 링컨, 처칠 같은 인물이 요즘 세상에 살면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합니다. 이제 과거 신비주의적 정치지도자는 없습니다. 거의 투명하고 완벽하게 공개됩니다. 권위를 발산할 정치인이 나올 시대는 아닙니다. 시민과 정치인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에게만 많은 걸 기대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과 시민이 어우러진 정치 공동체가 국가 공동체로 이어져야 진영에 갇힌 편협한 정치를 몰아낼 수 있습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대한민국4.0을 열자' 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두 의원은 우리 정치에 만연한 타락한 진영의식의 현실을 지적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 김휘선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대한민국4.0을 열자' 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두 의원은 우리 정치에 만연한 타락한 진영의식의 현실을 지적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 김휘선
◇대한민국 정치가 퇴행하는 이유
- 많은 정치인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정치에 뛰어들지만, 우리 정치는 계속 퇴행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왜 눈 앞의 승리만 추구하게 되나요.

▷김세연 의원 = 권력이 집권한 쪽에 쏠려 있습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직에 대한 인사권을 독식합니다.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도 한쪽이 차지합니다. 그 권력을 또 차지하기 위해 다투다보면 우리 정치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의 분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소 희망적인건 30대로 내려가니까 이념에 대한 인식이 아주 옅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개별 이슈 중심으로 생각하는 젊은 층들의 생각이 우리 사회 주류로 자리 잡으면 권력의 분산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자기 진영의 이해관계에 결부해서 보기 때문에 권력 집중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데, 이념에서 자유로워지는 그런 시기가 오면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표창원 의원= 권력을 잡은 쪽에선 함께 일한 사람들이 큰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진영의 관점에서 봅시다.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문제를 일으켰어도 비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오랜 세월 함께 고생한 측근을 내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권력의 측근이라고 하면 공명심과 정의감 등을 끝까지 갖고 자리를 양보하고 고언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됩니다. 결국 국정농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습니까. 공사 구분 없이 봉건적 체제 속 정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세연 의원= 봉건적 체제, 봉건적 관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지금 총선이 진행중인데 전국 253개 지역구를 보면 각 정당이 253개 봉건 영토를 차지하러 영주들을 보낸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그 영주들은 시·도의원 등 그 밑에 하위 조직을 두고요. 봉건적 관념에선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 개념이 약합니다. 진영 간, 혹은 진영 내에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정상적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적에게나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정치권에서 버젓이 나옵니다. 같은 국가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는 국민과 시민들 간에 할 수 없는 언행입니다.

▷표창원 의원= 정치인들이 공과 사만 구분해도 우리 정치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연민의 문제는 사적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공적인 부분은 철저히 적합성 위주로 챙겨야 합니다. 정치인이라면 나에게 쓴소리하는 사람을 옆에 둬야 합니다. 또 본인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항상 공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정치 지도자의 우상화를 막을 수 있고 우리 정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김세연 의원= 정치인들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을 먼저 하면서 상대에 대해 얘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동안 주로 몸담은 당에 쓴소리하는 편에 있었습니다. 지지자들로부터 “너는 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몸담은 당에 대해서만 침을 뱉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타락한 진영 논리에서 탈피하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반성이 먼저입니다.

▷표창원 의원 = 민주당에선 ‘조국’이라는 용어를 거의 금기시합니다. 저는 우리가 반성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 번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당에서도 좀 더 강하게 반성의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개인으로 돌아가 부담없이 자신의 진실을 밝히며 법적 투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정쩡한 상태로 연결돼 있습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대한민국4.0을 열자' 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두 의원은 우리 정치에 만연한 타락한 진영의식의 현실을 지적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 김휘선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대한민국4.0을 열자' 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두 의원은 우리 정치에 만연한 타락한 진영의식의 현실을 지적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 김휘선
◇진영의식에 자유로운 새 시대, 세대교체를 꿈꾼다
-정치인들이 막말과 궤변 등으로 건전한 진영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해결책이 무엇일까요.

▷김세연 의원= ‘87년 체제’가 막을 내리기 직전,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전에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이 마무리되고 민주화시대가 열릴 때 민주화투쟁을 하던 586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시기에 왔습니다. 1987년보다 경제적·산업적·사회적 변화가 있었지만 정치적 의식은 다음 패러다임으로 제대로 진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젊은 세대로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 넘어갈 때 진영논리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 뿐 아니라 학계, 언론계 등이 타락한 진영 의식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오히려 단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표창원 의원 = 과거 우리 사회 자체가 매우 불공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모순의 근본은 결국 분단이었습니다. 분단에서 야기된 대한민국 내부의 갈등, 그 영향을 오롯이 받고 자랐습니다. 우리 세대는 분단 갈등에 깊숙하게 젖어있는 세대입니다. 상대방의 얘기가 좋아도 듣지 않고 서로 적대시합니다. 그동안 계속 고민하면서 얻은 결론은 ‘우리 세대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자’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 이전까지 공고히 내려온 갈등과 분열, 반목, 냉대, 적대감 등은 이유와 근본도 없이 무조건적입니다. 우리 세대에서 이를 최소화해서 다음 세대에선 서로 차이를 인정하되 진보든 보수든 경쟁할 수 있는 정상적인 그라운드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맥을 이어줄 수 있는 5060세대가 정치권에 남더라도 주류는 3040세대로 교체된다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세연 의원 = 30대 이하 세대로 내려가면 이념에 대한 인식이 아주 옅어져서 이슈 중심 논의가 이뤄집니다. 그 세대가 지나치게 자기 이해관계에 결부해서 본다는 비판은 성숙된 관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세대 구성으로 보자면 이념에서 자유로워지는 그런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표창원 의원 = 세대 이양 전에 신사 협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 정치권에서 공감할 국가를 위한 공통의 가치가 있습니다. 국방·외교·경제·교육 등의 기본 원칙과 핵심 가치 몇 개에 대해 당파나 진영을 떠나 꼭 지키자고 합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약속을 깨는 정당, 진영, 세력은 국민과 언론 등이 강하게 심판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확고하게 약속을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서 기존의 진영 갈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3040 세대에게 주류를 넘겨주면 우리 정치가 살아날 것입니다.

▷김세연 의원= 제가 40대에 속해 있어 감히 말할 수 있겠는데요. 어떻게보면 40대도 건너뛰고 30대로 주류가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세대로 우리 사회 리더십이 넘어가야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지금의 이런 진영논리에 관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영에 기댄 정치꾼이 소신있는 정치인을 매장한다"
☞표창원 의원은...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 가장 지명도 있는 범죄학자로 꼽힌다. 1966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동빈동에서 평안남도 출신 실향민 아버지를 둔 실향민 2세로 태어났다. 1989년 경찰대학을 졸업한 뒤 임용돼 경찰 생활을 하다가 1993년 국비장학생으로 영국 엑시터 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경찰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1997년까지 사회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표 의원은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를 지내다 2012년 12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경찰대 교수직을 사퇴한 뒤, 2015년 12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영입 제안에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경북 포항(1966년생) △경찰대·엑시터대학교 박사△경찰대 교수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20대 국회의원

☞김세연 의원은...

김세연 통합당 의원은 부산 금정구에서 내리 3선(18·19·20대)을 지냈다. 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개혁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1972년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난 김 의원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할아버지 김도근씨가 창업한 동일고무벨트에서 근무했다. 김 의원의 부친인 김진재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5선 의원(11대, 13대~16대)을 역임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하반기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고 최근까지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부산 출생(1972년생) △금정고·서울대 국제경제학과 △18·19·20대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원장 △국회보건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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