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놔두고 왜 나를”…부동산 정책에 멱살잡는 3050

머니투데이 이원광 , 강주헌 , 유효송 , 김예나 인턴 기자 2020.04.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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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7회- 下]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서울 아파트 가격이 3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월 5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이어 강북의 대표 지역인 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떨어지며 서울 전체적으로 하락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자금출처 증빙강화, 보유세 부담 증가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사진은 3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2020.4.3/뉴스1(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서울 아파트 가격이 3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월 5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이어 강북의 대표 지역인 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떨어지며 서울 전체적으로 하락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자금출처 증빙강화, 보유세 부담 증가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사진은 3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2020.4.3/뉴스1


부동산정책 두고 갈라진 '3050’
# 20년지기 A씨(36)와 B씨는 최근 험악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화선이 됐다.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정부가 ‘12·16 부동산 정책’에 이어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등 지역으로 규제를 확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짜 돈 있는 부자는 놔두고, 왜 서민을 건드리냐”는 주장이다.



전세 아파트에 사는 B씨는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대상도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A씨는 “위축 효과가 더 무섭다”고 맞섰다. 결국 이들의 논쟁은 고성과 가벼운 몸싸움으로 끝났다.

# 서울 소재 대학생 C씨(24)는 동기들과 식사 도중 언성을 높였다.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출신인 C씨는 “특목고 학생들은 그 곳에서 더 치열하게 노력했기 때문에 대학을 잘 가는 것”이라며 정부의 특목고 폐지 정책을 반대했다.



지역 일반고 출신 D씨는 반발했다. 특목고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데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목고 출신이라 명문대에 가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목소리가 커지자 이들은 식사 도중 자리를 떴다.

우리 일상 생활 속 ‘극단의 대결’ 사례다. 특목고 폐지, 정시 확대, ‘블라인드 채용’(학력, 나이 등 일명 ‘스펙’을 배제한 채용 방식), 부동산 규제, 보육, 정년연장, 국민연금 등 정부 정책을 두고 국민들은 극단의 대리전을 치른다.

모처럼 만난 친구와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고성이 터져 나온다. 세대 간 갈등에서 세대 내 갈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슈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극단의 흐름은 획일화된다. 극단적 찬반만 존재하는 현실은 진영 의식의 타락으로 이어진다.


◇1020 ‘교육’, 3050 ‘부동산’, 6070 ‘노후’

‘1020’ 세대는 교육 이슈에 매몰된다. 교육 이슈는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10대 후반부터 취업 전 30대 초반으로, 대학 입시나 취업의 결과만큼 과정상 공정성에 주목한다. 공정 이슈는 이제 이들이 세상을 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모든 사회적 이유에 “그게 공정한거야?”라고 묻는다.

대학가를 달궜던 ‘명문대 역차별’ 논란이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대학생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정책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노력이 채용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상에서 대학생 간 ‘혈전’을 일으키는 단골 소재다.

‘3050’은 단연 부동산이다. 취업 후 결혼, 출산 등을 앞둔 30대와 아직 일을 해야 하는 학생 자녀를 둔 50대가 여기에 속한다. 끝없이 솟구치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나 본인은 예외다. ‘내 집 마련’ 후에 정부 규제가 작동하길 바라는 속내다. 합리적 사고와 이성은 돈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부딪히면 싸움이 난다. 타락한 진영의식이 작동하면 상대의 합리적 진단과 주장을 무시한다. ‘3050’ 세대가 술자리에서 “정부가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정부 고위직부터 집 내놓아라” 식의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이유다.

‘6070’ 세대는 정년 연장에 주목한다. 정부가 재고용·고용연장 의무 등을 통해 현행 60세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공무원과 공공기관,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 등은 대체로 찬성이다. 반면, 일반 직장에서 은퇴를 앞둔 이들은 “60세 정년은 지켜지냐”며 체감 가능한 정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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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화 ‘가속도’…갈등 ‘브레이크’ 고장

문제는 사회적 갈등 조정 기능의 부재다. 사회 변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다층적·다원적 이슈와 정부 정책이 쏟아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민 갈등은 필연으로 불거진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거나 수용할만한 공간이 없다.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 어느 한쪽 진영에 붙는다. 막말, 고성, 묵살, 몸싸움 등 정치권 행태에 건전한 진영의식을 가진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국회의원은 갈등과 이해관계의 조정 대신 정쟁에 온몸을 바친다. 갈등 조정보다 정쟁이 몸값을 높이는 데 더 이롭다.

열성 지지들도 직접 링 위에 오른다. ‘조국 사태’에서 보듯, 갈등 조정 공간의 부재는 곧 공동체 분열이다. 서로 내뱉은 말을 다시 서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궤변을 각 진영의 논리로 둔갑시킨다. 이슈가 데워져 뜨거워질때면 어김없이 언론이 등장해 갈등을 부추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자 가치에 충실하되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서로 타협해가는 식으로 가야 상대가 봤을 때도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며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정치인도 자질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제도는 금방 갖다놨는데 의식과 문화가 아직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자는 놔두고 왜 나를”…부동산 정책에 멱살잡는 3050
고개든 女, 등돌린 男…'2030' 젠더갈등 심화
저물어가는 이념 갈등의 시대에 2030은 ‘젠더’라는 또 하나의 균열을 마주한다. 기성세대의 진영 논리가 지역과 이념이었다면 젊은 층은 젠더 라는 신(新) 진영 갈등을 겪는다. 이들에게 보수와 진보라는 닳아버린 뭉툭한 가치보다 중요한 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의 생존과 현실이다.

오랜 시간 사회의 부차적 존재로 인식 받아 온 여성이 기존 사회 구조에 반발하며 권리를 주장한다. 여기에 남성들은 그간 누리던 가부장제의 혜택은 붕괴되지만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지워져 있다고 반발한다. 이렇게 각자의 논리만 내세우는 반쪽의 외침이 되어버린다.

◇커지는 반쪽들의 외침

사회가 다층화되면서 여성들의 요구도 달라졌다. 사회의 중심이었던 남성의 담론에서 벗어나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떠올랐다. 불평등과 혐오에 맞서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2016년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을 추모하며 존재를 알린 이들은 대학가 성평등 문화 만들기에 앞장섰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을 이끌고 불법 촬영물이 판치는 ‘웹하드 카르텔’·‘텔레그램 n번방’ 수사를 촉구한 주축도 젊은 여성들이었다.

‘이남자(20대 남자)’도 고개를 들었다. 이들은 ‘역차별’을 우려했다. 젊은 남성이 겪는 피해도 여성들 못지않게 크다는 논리다. 이들은 온라인 공론장을 중심으로 군대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연애·결혼 시 남성이 지는 경제적 부담, 여성 우대 정책에 따른 소외감 등을 호소했다.

‘이여자’와 ‘이남자’는 대화 대신 싸움을 택한다. 젠더 갈등이 격화되며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10명 중 7명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 ‘페미니즘’ 용어에 격한 반감을 보이며 성차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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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을 넘어 '다층 갈등'으로…

2020년 현재 젠더갈등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국가가 젊은 세대의 고민과 증오범죄를 해결하지 못하는 동안 성별 대립은 소모적인 갈등으로 치달았다.

일부 남성들은 기득권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여성 혐오적 발언과 비하로 상대를 일갈한다. ‘워마드’ 등 극단적 커뮤니티는 지나친 혐오·조롱으로 수차례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를 장악했다. 온라인 뉴스 댓글창은 혐오표현이 도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립의 층위도 다양해진다. 최근에는 ‘트랜스젠더 A씨의 숙명여대 입학 거부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이 문제에 불을 지폈다. 한 목소리를 내던 여성들 마저 두 편으로 갈렸다. A씨 입학을 반대하는 이들은 다른 성별로 가장한 남성들의 성범죄를 근거 삼았다.

뉴스 댓글창은 편편으로 나뉜 사람들의 갑론을박과 그들 모두를 조롱하는 이들로 갈라졌다. 젠더갈등의 현주소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사이 A씨는 입학 취소를 결정했다.

◇‘파편 사회’ 막으려면 국가 역할 중요…‘방관자’ 벗어나야

‘젠더 전쟁’ 종식은 한철 과제가 아니다. 성별 간 대립은 기존 진영 대결 못지않게 복잡하다. 여성과 남성 사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섣부른 화해를 권유하는 시도가 실패하기 쉬운 이유다.

우선 대립을 불러오는 균열의 사이를 메꿔야 한다. 갈등의 해결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현재의 정치권이 극단을 중도(中道)로 수렴하는 기능이 떨어지자 문제는 격화된다.

전문가는 젠더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젠더갈등의 주요 원인은 계급, 불평등의 심화, 세대 갈등, 지역 갈등”이라며 “여성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는 것은 아직 한국사회가 젠더갈등을 본격적으로 의식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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