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가 벤츠를 타지만 흙수저도 벤츠를 타는 시대, '신(新)소비양극화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COVID-19)로 내수 경기가 바짝 얼어붙은 가운데 소비양극화가 극심해지며 고용·소비·생산의 선순환을 무너뜨리며 경제의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도…벤츠 타고 샤넬 산다=럭셔리 '외제차의 대명사' 벤츠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7만8133대를 차량을 팔아 4년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된 올 1분기조차 벤츠 판매량은 1만5296대로 전년비 14.7% 늘며 코로나19 '무풍지대'를 증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백화점 내점객이 급감한 올해도 소비자들은 마스크 쓴 채 명품관에 줄 섰다. 1월1일부터 3월15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의 매출은 각각 17.1%, 8.4%, 15% 감소했으나 명품관은 4.5%, 14%, 5.6% 고성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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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 LF의 김형범 과장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가진 것 없어도 취향만큼은 고급스럽게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대중화됐다"며 "철마다 싼 가방 여러 개 사는 것보다는 몇 개월 치 월급을 들여서라도 샤넬백 한 개 사고 싶은, 취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사치재 소비 늘어도…내수경제는 '핼쑥'=2019년 2월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3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1년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1.14%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수입 소비재를 제외하면 국내 소비 증가율은 0.46%포인트에 그쳤다. 수입 사치재 소비가 국내 소비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수입 소비재는 소비가 늘어도 소비 증가가 매출 증대로 이어져 고용을 창출하고, 임금의 증가로 다시 내수가 진작되는 '내수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학자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수입사치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가 아니고 명품업체의 고용 창출과 사회 기여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 내수활성화에 기여하는 몫이 매우 작다"며 "백화점 입장에서도 명품업체가 내는 수수료가 작아 수입사치재 소비가 늘어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구찌 뱀부백/사진=구찌 공식 홈페이지
문제는 지금의 '신소비양극화'는 소비 피라미드가 아닌 최저가와 최고가로 구분되는 모래시계형 소비탑을 만들어낸는 점이다. 저소득층·고소득층의 소비가 모두 양극화되면서 대형마트와 중저가 브랜드는 고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가가 낮은 필수구매 품목에서 돈을 아끼고, 프리미엄을 내세운 수입 사치재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일점 호화형 소비' 풍조가 뚜렷해지고 있고, 이는 한국경제에 독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