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도 팔았다, 땅·건물·주식 팔기 시작한 기업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4.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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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도 팔았다, 땅·건물·주식 팔기 시작한 기업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주식, 부동산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은 최대한 팔아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신용경색으로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이 궁여지책으로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발(發) 위기를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유형자산 매각을 공시한 기업은 29곳으로 이들이 매각한 자산은 총 1조5062억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8개 기업이 4816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공시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3배 많은 자산을 유동화에 나선 것이다.

매각 사유는 본사 이전에 따른 사옥 매각이나 신규 사옥 매입으로 인한 기존 사옥 처분 등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이마트 (69,200원 ▼100 -0.14%)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구역을 8158억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이유는 '재무건전성 및 투자재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마트는 마곡지구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짓기 위해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해당 부지를 234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하지만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매장 정리도 불가피해졌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이마트 13개점을 9525억원에 매각했다.

아모레퍼시픽 (111,700원 ▼1,200 -1.06%)도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160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성암빌딩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건물은 아모스프로페셔널, 에스트라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있던 건물로, 용산 신사옥 완공 이후 계열사들이 용산으로 옮겨오면서 매물로 나왔다.


LG하우시스 (38,900원 ▼300 -0.77%)는 630억원 규모의 울산 신정사택을 처분했고 이화산업 (15,740원 ▼190 -1.19%)은 종속회사 영화기업이 770억원 규모의 영등포구 당산동 부동산을 매각했다. 경방 (8,490원 ▲10 +0.12%), 윈하이텍 (3,560원 ▼50 -1.39%), 쎄니트 (1,323원 ▼25 -1.85%), 신신제약 (6,260원 ▼200 -3.10%) 등도 자산 매각 행렬에 동참했다.

LG전자도 팔았다, 땅·건물·주식 팔기 시작한 기업들
부동산뿐 아니라 타법인에 출자했던 주식을 처분하는 기업도 늘었다. 올들어 재무구조 개선이나 유동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타법인 주식 처분 공시는 39건, 총 매각 규모는 2조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2건 1조429억원보다 2배 늘어난 규모다.

LG전자 (96,200원 ▲100 +0.10%)는 지난 2월 중국 법인 LG홀딩스(HK) 지분 6688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선제적 유동성 및 미래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었다. LG상사 (25,850원 ▼350 -1.34%) 역시 LG홀딩스(HK) 지분 3412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해태제과식품 (5,430원 ▼70 -1.27%)은 주력 사업인 아이스크림 부문을 1400억원에 빙그레에 넘겼고 CJ ENM (76,000원 ▼1,700 -2.19%)은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1661억원 어치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아이에스동서 (29,300원 ▲950 +3.35%), 서연이화 (19,400원 ▼580 -2.90%), 코오롱 (16,690원 ▼10 -0.06%), 루미마이크로 (3,125원 ▲40 +1.30%) 등도 갖고 있던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기업들은 위기감이 커질 수록 현금 확보 성향이 강해진다.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이 많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은 476조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 등이 주요 현금 확보 수단이었다.

올해 현금 확보가 더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심각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들의 현금 확보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때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 가운데, 주가 폭락으로 인한 증권사들의 회사채 매각 러시까지 더해지며 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는 더 막힌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고 RP(환매조건부 채권) 매입에 나서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용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는 그나마 줄었다"며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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