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사유는 본사 이전에 따른 사옥 매각이나 신규 사옥 매입으로 인한 기존 사옥 처분 등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다.
하지만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매장 정리도 불가피해졌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이마트 13개점을 9525억원에 매각했다.
아모레퍼시픽 (121,400원 ▲200 +0.17%)도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160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성암빌딩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건물은 아모스프로페셔널, 에스트라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있던 건물로, 용산 신사옥 완공 이후 계열사들이 용산으로 옮겨오면서 매물로 나왔다.
LG하우시스 (39,300원 ▼200 -0.51%)는 630억원 규모의 울산 신정사택을 처분했고 이화산업 (15,200원 ▼90 -0.59%)은 종속회사 영화기업이 770억원 규모의 영등포구 당산동 부동산을 매각했다. 경방 (8,390원 ▼30 -0.36%), 윈하이텍 (3,550원 ▼25 -0.70%), 쎄니트 (1,350원 ▲19 +1.43%), 신신제약 (6,400원 ▼110 -1.69%) 등도 자산 매각 행렬에 동참했다.
LG전자 (95,100원 ▼1,700 -1.76%)는 지난 2월 중국 법인 LG홀딩스(HK) 지분 6688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선제적 유동성 및 미래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었다. LG상사 (27,000원 ▲450 +1.69%) 역시 LG홀딩스(HK) 지분 3412억원 어치를 매각했다.
해태제과식품 (5,380원 ▼120 -2.18%)은 주력 사업인 아이스크림 부문을 1400억원에 빙그레에 넘겼고 CJ ENM (83,000원 ▲4,700 +6.00%)은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1661억원 어치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아이에스동서 (28,750원 ▼700 -2.38%), 서연이화 (18,870원 ▲230 +1.23%), 코오롱 (16,980원 ▼190 -1.11%), 루미마이크로 (3,435원 ▲115 +3.46%) 등도 갖고 있던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기업들은 위기감이 커질 수록 현금 확보 성향이 강해진다.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이 많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은 476조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 등이 주요 현금 확보 수단이었다.
올해 현금 확보가 더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심각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들의 현금 확보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때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 가운데, 주가 폭락으로 인한 증권사들의 회사채 매각 러시까지 더해지며 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는 더 막힌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고 RP(환매조건부 채권) 매입에 나서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용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는 그나마 줄었다"며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