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창사 후 이런 위기 처음, 정부 신용지원 시급"

머니투데이 용인(경기)=우경희 기자 2020.04.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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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홍 사장 "송현동 부지 매각주관사 곧 발표"…조양호 1주기 행사에 조현아 끝내 불참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좌측)과 임원진이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행사에서 참배하고 있다./사진제공=한진그룹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좌측)과 임원진이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행사에서 참배하고 있다./사진제공=한진그룹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 땐 운항이 15% 줄었고, 메르스 사태 땐 4개월 가량 수익이 총 3000억~4000억원 줄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운항이 90% 줄고 한 달에 6000억원씩 수익이 없어집니다. 이런 사태는 대한항공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1주기를 맞은 8일 경기 용인 한진그룹 선영에서 만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상황 개선 시점과 관련해 이같이 밝히며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방만경영이나 투자실패 등에 따른 위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각국이 빗장을 닫아걸고 있는 미증유의 천재지변이 원인이다. 세계 각국도 앞다퉈 산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최우선 대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항공업계에 61조원(500억달러)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의 행보는 소극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LCC(저비용항공사)들이 연일 지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대규모 지원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 사장은 대형 항공사들에 대한 보증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자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용 보증을 해주는 게 시급한데 아직 지원의 패러다임(개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정부에 항공업계가 생존하기 위한 지원규모를 전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자구노력을 병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순환휴직을 결정했다. 외국인 조종사들에 이어 국내 조종사들의 휴직도 검토하고 있다. 수천억원 가치가 예상되는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도 빠르게 추진 중이다. 우 사장은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마쳤고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 주관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유의 위기를 맞은 항공업계는 정부의 늦은 대응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일각의 긴급지원의 구체화 설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KDB산업은행도 ”부처에서 항공사 재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에게 줄넘기를 던져주며 ‘운동을 해서 체력을 먼저 키우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항공사들이 다 망하고 나서야 지원에 나설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선영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참석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조 전 부사장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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