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1주기 한진家 한자리...조현아는 없었다

머니투데이 용인(경기)=우경희 기자 2020.04.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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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선영에서 열린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1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0.4.8/뉴스1(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선영에서 열린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1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0.4.8/뉴스1


8일 오후 2시, 조원태 한진 회장을 태운 SUV 차량이 용인 기흥구 하갈동 한진그룹 선영으로 들어왔다. 고 조양호 한진 회장 1주기를 맞아 오대산 월정사에서 제를 올리고 선영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190cm가 넘는 장신인 조원태 회장은 앞자리를 선호한다. 조 회장이 조수석에서 내렸고 뒷 자리에서 조 회장의 아내와 고인의 손자인 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내려 1년 전 마련된 조양호 회장의 묘소로 올라갔다.



곧이어 도착한 미니버스에서는 미망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막내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포함한 가족들이 내려 묘소로 향했다.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그룹 임원들과 함께 참배했다.

여기에 조양호 회장의 생전 측근들과 이 고문 측 친지들을 더해 100여명의 참배객이 몰렸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조 회장이 생전 그렇게 예뻐했다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끝내 이날 1주기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진가 잔인한 4월, 남매 화해로 고리 끊을까
(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선영에서 열린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1주기 추모 행사를 마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4.8/뉴스1(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선영에서 열린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1주기 추모 행사를 마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4.8/뉴스1
현장을 찾은 한 그룹 고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1년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난 느낌"이라며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기간 항공업계엔 한일 무역분쟁으로 스산한 바람이 불더니 이내 코로나19(COVID-19)라는 초대형 폭탄이 터졌다.

특히 4월은 한진그룹엔 '잔인한 4월'이다. 2018년 4월엔 3남매 간 갈등의 단초가 된 '물컵 갑질' 사건이 터졌다. 2019년 4월엔 절치부심하던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레 작고했다. 2020년 4월엔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은 물론 한진그룹 전체가 말 그대로 창사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항공기 운항이 평시의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천재지변보다 더한 상황인데 정부의 지원은 차일피일 미뤄진다. 이런 상황이라 경영권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남매의 난'이 더욱 뼈아프다.


조양호 회장 작고 후 KCGI(일명 강성부펀드)와 반도건설이 경영권 뺏기에 나섰다. 조원태 회장과 갈등을 빚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3자연합을 결성했다.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남매가 분쟁을 벌이는 동안 회사는 미증유의 위기에 맨몸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여파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초대형 외생변수 앞에 대한항공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에게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도 '가업'만큼 절박한 화해의 이유는 없다.조양호 회장 1주기 선영 참배는 그래서 한진가 남매의 화해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합동 참배는 무산됐지만 대화의 창구는 언제든 열릴 수있다. 한진 관계자는 "주총 표대결을 벌인 직후 시점이라 조 전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열려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매달 6000억원 수익 순삭..지원 늦어지면 다 망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여객 운행이 급감한 2일 인천 중구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코로나19의 여파로 여객 운행이 급감한 2일 인천 중구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방만경영이나 투자실패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미증유의 천재지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항공업계에 61조원(500억달러)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LCC(저비용항공사)들에 대한 적극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선영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제쯤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형항공사들에는 정부가 신용 보증을 해주는게 우선 시급한데 아직 정부가 지원의 패러다임(개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지원이 필요하며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못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 항공업계가 생존하기 위한 지원규모를 전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 사장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땐 운항이 15% 줄었고, 메르스 사태때는 4개월 가량 수익이 3000억~4000억원 감소했었는데 지금은 운항이 90% 줄고 한 달에 6000억원씩 수익이 없어진다"며 "이런 사태는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구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이 순환휴직에 들어간 가운데 외국인 조종사들에 이어 국내 조종사들의 휴직도 검토 중이다.

수천억원 가치가 예상되는 송현동 부지 매각도 빠르게 추진 중이다. 우 사장은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마쳤고,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내주 초 주관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유의 위기에도 정부는 항공업 지원 대책을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각의 긴급지원 계획 구체화 설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KDB산업은행도 "부처에서 항공사 재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에게 줄넘기를 던져주며 '운동을 해서 체력을 먼저 키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항공사들이 다 망하고 나서야 지원에 나설 것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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