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치료 성공에도…아직 '코로나 치료제' 아니다, 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0.04.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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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증환자 대상으로만 사용…방역당국, 혈장확보 지침 마련 중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혈장치료를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중(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7일 코로나19 위중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환자 2명 모두 완치됐으며, 그중 한 명은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안심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0.4.7/뉴스1(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혈장치료를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중(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7일 코로나19 위중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환자 2명 모두 완치됐으며, 그중 한 명은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안심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0.4.7/뉴스1


국내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완치자의 혈장을 투여받은 중증환자 2명이 완치되면서 혈장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혈장치료는 중증환자만을 위해서만 시행될 수밖에 없다. 정식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임상과 '혈장 확보'라는 큰 허들을 넘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우선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서라도 혈장확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역당국도 혈장확보와 관리를 위한 지침 마련에 나섰다.



혈장치료 과학적 입증은 아직…"중증환자 치료 옵션"
혈장치료는 코로나19 항체가 생긴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해 저항력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른 치료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주로 시행됐다.

1995년 콩고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혈장치료를 받은 8명 중 7명이 완치됐고, 2003년 중국에서 사스가 유행했을 때도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이 발생하자 9명에게 혈장치료를 시행했다.



그러나 혈장치료는 아직 그 효과가 정확하게 입증된 적이 없다. 정식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중증환자를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혈장치료를 시행했기 때문에 임상시험 등이 이뤄진 적도 없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혈장치료가 과학적인 입증이 아직 부족하더라도 중증환자들을 위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환자가 완치된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과 스테로이드 투여를 받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김모씨(71,남)와 이모씨(67,여)가 완치됐다. 이중 이씨는 지난 3월 퇴원했다. 다만 혈장치료를 받은 44세 남성은 지난 7일 끝내 사망했다.


최준용 교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혈장치료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에서도 코로나19 혈장치료 성공 사례를 담은 논문들이 발표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혈장치료가 필요한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회복기 혈장을 제공하는 프로토콜 개발에 나섰다.

"혈장 관리 시스템 갖춰야"…방역당국 혈장확보 지침 마련 중
의료계에서는 필요 시 중증환자를 위해 혈장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혈장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혈장은 코로나19 완치자의 자발적인 헌혈 외에는 얻을 방법이 없는 데다 특성상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또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이더라도 다른 감염성 질환이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사용할 수 없다.

방역당국이 메르스 때 이미 만든 혈장치료 지침을 보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중증환자 수가 많이 늘어난 만큼 혈장확보와 안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현재 코로나19 혈장 확보 방법, 혈장 관리 방법, 사용 가능한 혈장 안전기준 등을 만들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회복기 혈장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한적십자 또는 다른 혈액원들이 혈장 확보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라며 "전문가들과 협의해 가이드라인, 재정 지원방안 등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현재 코로나19 혈장치료 지침을 서면심사 중이다. 서면심사 중인 지침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완치자 격리해제 후 14일부터 3개월 사이에 혈장을 한번에 500ml씩 확보를 하고, 이를 통해 혈장치료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 전국의 의료기관 중 혈액원을 가동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격리해제자로부터 혈장을 확보해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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