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 배포해 온 일당들의 범행이 공개되면서 모바일 메신저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조주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범죄를 수익화하고 조직화했다. 가상화폐로 회비를 받은 후 자신의 신분증을 들고 인증사진을 보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회원들도 옭아맸다.
취재 경쟁이 붙고, 구체적인 범죄 내용이 알려지면서 "역겨워 보기 싫다" "모방 범죄가 우려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카카오톡에 오픈 대화방만 열어도 하루새 50~60명의 남성들이 연락을 해오는 게 현실이다. 인스타그램 등에 무심코 올린 사진들이 빌미가 되기도 한다. 누구도 디지털 성범죄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피해 규모도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경찰이 파악한 '박사방' 피해 여성은 지난 6일 현재 75명. 그 가운데 16명 가량이 10대다. 조주빈이 지난해 9월 텔레그램 계정을 '박사장'에서 '박사'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약 6개월만에 발생한 피해다.
가해자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조주빈은 25세, '갓갓'은 20세로 추정된다. 범죄의 매개로 활용되는 앱도 텔레그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스코드, 위커 등 이들이 활개칠 보안성 높은 모바일메신저 앱들이 널려있다.
상대가 달라졌다면 대응도 차원을 달리해야 한다. 수사력을 집중해 '일벌백계'하고 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전문 인력과 수사팀을 보강하고 함정수사 등 조심스러울 밖에 없는 특수 수사도 강화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보안성이 높은 SNS 등이 범죄의 소굴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신고 포상금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올바른 SNS 사용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성교육 프로그램도 국가적 차원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경찰, 검찰, 정부, 정치권 할 것 없이 수사와 대책 마련에 앞다퉈 나선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전국민적인 분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맞설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눈을 부릅뜨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 우리 아이들을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