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보다 덜 내렸다…'팬데믹 생존력' 입증한 ESG 투자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4.0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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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코로나19(COVID-19)가 글로벌 산업은 물론 주식시장 전반에 타격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다. 미래지향에 초점을 맞춘 ESG 투자가 팬데믹(대유행) 이후 가속화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금융정보 제공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MSCI 월드 주식 지수는 14.5% 하락했다. 이에 비해 ESG에 초점을 맞춘 대형 주식형 펀드의 62%의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능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대비 아웃퍼폼(수익률 상대적 호조)한 것은 ESG 펀드가 그동안 이번 코로나19 급락장에서 유독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에너지주를 많이 담지 않은 이유가 컸다.

모닝스타는 "모든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한' 주식에 투자한 펀드도 코로나19 탓에 갑작스럽고 큰 손실을 입었지만 다른 펀드 대비 잘 버텼다"며 "지속가능한 펀드는 시장 지수 대비 에너지 종목에 덜 노출돼 있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SG펀드 투자전략이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에 투자 종목들이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 조치들에 영향을 덜 받았단 분석도 나왔다.

임팩트 투자회사인 코너스톤 캐피탈의 에리카 카프 CEO(최고경영자)는 "원격 의사소통, 원격 학습, 원격 진료와 같은 트렌드는 가속화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투자자들은 미래에 관해 생각하기 때문에 ESG 펀드의 아웃퍼폼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에서 S&P500을 추종하는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Core S&P500 ETF'는 1분기 동안 19.6% 내린 데 비해 지속가능 지수 펀드 평균 수익률은 -18.51%였다. 수익률 차이가 작지만 미국 시장, 비(非)미국 시장, 신흥시장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지속가능한 종목에 투자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모닝스타는 "1분기 증시 하락폭을 감안할 때 기존 펀드와 지속가능한 펀드 사이 수익률 차이는 미미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속가능한 투자의 성장세는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것도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말은 지속가능한 펀드 가운데 지금까지 약세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쳤던 것이 거의 없단 뜻이고 이번 약세장에서 그들은 괜찮은 수익을 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이미 성장 중인 ESG 투자에 더욱 불을 지필 수 있단 의견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SG 요인을 투자 결정에 반영한 300개의 뮤추얼 펀드 그룹으로 2019년 말까지 214억달러(26조1315억원) 어치 신규 자금이 유치됐다. 이는 전년(54억달러)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바클레이즈 PLC의 제프 멜리 글로벌 리서치 대표는 WSJ에 "이번 대유행에 비춰볼 때 기업들은 앞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 실적과 관련이 있을 탄력적 대응이나 비상계획에 대해 질문할 것을 예측해야 한다"며 "이런 대화는 '재택근무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지'와 같은 주제처럼 ESG의 폭넓은 논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SG 투자가 대유행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기업들이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조지 세라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동차 기업 포드의 의료용품 제조 결정과 같은 대유행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은 일부 투자자들로 하여금 민간 기업들이 사회문제 해결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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