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의 한 신발가게가 폐업을 예고한 모습.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강덕수씨는 "IMF 때도 지금보다 좋았다"고 했다. /사진=정한결 기자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가장 약한 곳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자영업자는 월세를 못내 폐업을 선택하고, 무급휴직·연차로 버티던 중소기업은 해고와 권고사직으로 눈길을 돌렸다. 취준생(취업준비생)과 농민의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늘어나는 '해고·권고사직' 문의…자영업자는 줄폐업
시간이 갈수록 해고와 권고사직을 제보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3월 첫째주 8.5%였던 해고와 권고사직 제보 비율은 마지막주에는 27%에 달했다. 민주노총의 '코로나19' 관련 상담도 2월 초기 무급휴직·연차강요가 많았으나 3월 중순이후 해고·권고사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차로 못 버티니 직원을 자르는 것이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텝은 "해고대란의 위험이 찾아오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며 "초기 '코로나19' 관련 제보는 항공이나 학원 등 대면, 이동 관련 산업이 많았다면 3월 말이 되면서 전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에서만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 식품위생업 점포 1600곳 이상이 폐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 증가한 수준이다.
영등포 시장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주시문씨는 "요즘은 많아 손님이 10명, 그저께는 2명을 받았다"며 "길 건너는 줄 폐업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등포 시장에서는 ‘임대’를 써 붙인 점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차라리 실업급여 받는 권고사직이 낫다"...대한항공은 휴업 실시
상황이 심각하니 노조가 오히려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있다. 실업급여라도 받기 위해서다. 조상훈 한국공항노조위원장은 "버티면 무급휴직이고 못버티면 권고사직이라고 봐야 한다"며 "회사에 현금이 없으니 노조가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의 공포는 산업 변방에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직원 휴업을 실시한다. 휴업 규모는 약 1만3000명, 국내 전체 인력의 70%가량이다.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고 있다. 개학이 늦어지면서 초·중·고 급식이 중단됐고, 여기에 농산물을 대던 농민들은 판매처를 잃었다. 화훼농가는 최대 성수기인 졸업·입학 시즌을 이미 놓쳤다.
김종진 부소장은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늘리는 게 최선"이라며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텐데, 다른 일자리를 찾기까지 생계를 유지하고 버틸 시간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고용보험, 실업급여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영등포시장 신발 가게가 실제 점포를 정리한 모습.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강덕수씨는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장사를 접는다고 말했다./사진=정한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