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정문 담장을 부수고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19.4.3/뉴스1
이유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였다. 노동자들이 단기간 중노동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앞세웠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무시하고 거리 투쟁을 해서일까. 국민들은 이들을 외면했다.
◇‘협상’은 없고 ‘투쟁’만 일삼는 노동계
노동계에 협상이 사라진지 오래다. 낡은 의식이 협상을 지웠다. 협상보다 진영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에 대한 대응이 대표적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여야가 합의 처리한 ‘주 52시간 근로제’(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이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자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도, 생산성 감소를 우려해 집중 근로가 가능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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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이 누리는 주 52시간제는 실현 불가능했다. ‘보완’을 위해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안 마련이 필수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노동계의 반발에 발목잡혔다.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외치는 노동계와 탄력근로제 추가 확대를 주장하는 보수 야당의 기이한 공조였다.
노동계의 투쟁 방법도 낡았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지난해 2월27일 당시 한국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태극기와 손잡고 국민에게 칼꽂는 한국당’, ‘지금까지 이런 괴물은 없었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한국당 당원들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했다. 세상은 변했는데 고성과 몸싸움, 삭발, 경찰과 대치 등 80년대 투쟁방식 그대로였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87년 체제 속 투쟁의 시기를 거쳐 지금은 우리 사회 기득권으로 자리잡았다. 불법 행위를 동반한 투쟁 방식은 사회적 약자와 ‘거악’ 간 싸움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노동계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국민들이 노동계와 ‘거리두기’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가 2018년말 발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68%가 민주노총에 대해 ‘불신’한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21.9%에 그쳤다. ‘모름·기타’는 10.1%였다.
불신하는 이유는 ‘조직 이기주의’(39.5%)가 가장 많았다. ‘강성노조’(22.4%), ‘귀족노조’(16.3%), ‘노동취약계층 연대소홀’(10.5%) 등이 뒤를 이었다. 민주노총이 다수의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보다,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한 강경 투쟁에 그친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20년 4인 가구 기준 월 중위소득은 474만9174원이다. 이는 전체 가구 중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이다. 전체 가구 중 절반은 이보다 소득이 적다. 노동계 안에서도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일부 조합원들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을 두고 쓴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지난해 11월21일 ‘노동조합의 사회연대전략’ 토론회에서 “열심히 투쟁해 연봉 9000만원에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쟁취해 노동조합이 올라갈 수 있는 최정점에 섰다”며 “계속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임금인상 투쟁방향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 달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제 강경파가 주도하는 타락한 진영의식에서 벗어나 대내·외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계속 기득권 지키기만 해야하는지, 민주노조를 말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갖고 운동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실제 기득권화 된 노동계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낳았다. 노조가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정치 집단화된 결과다. 민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진보의 상징보다 낡은 집단으로 읽힌다. 연대 대상이던 약자와 멀어진다.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 소상공인 등의 현실을 외면한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진영의 관점에서 진보는 무조건 약자란 프레임으로 사회 집단을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며 “진영을 벗어나 있는 현실 그대로를 봐야 사회가 한쪽으로 쏠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지출 확대가 절대적 선인 양 만능주의 도그마에 빠진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2019년 10월 당시 윤영석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여당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외친다. 야당은 ‘재정 건전성’으로 맞선다. 여야가 뒤바뀌면 주장도 정반대가 된다. 어제의 ‘좋은’정책이 오늘은 ‘나쁜’정책이다. 야당을 향해 맹목적인 발목 잡기를 비판하던 여당은 정권을 빼앗긴 후엔 야당이 했던 발목 잡기를 그대로 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에 빠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여당이 지금은 야당이다. 똑같은 정책인데 5년전 여당일땐 ‘좋은 정책’이었고, 지금 야당일땐 ‘나쁜 정책’이 됐다. 정치인들의 ‘타락한 진영의식’이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을 개선하는 정책 발굴에 주요 장애물로 지적되는 이유다.
2015년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비판하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재정파탄 정부”라며 정부가 2016년도 예상 국가채무를 645조2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40.1%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단기간 경기회복을 위해 무리하게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정부 제출 예산안을 적극 옹호했다.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재정역할을 확대해 경기대응까지 모두 고려한 책임 예산"이라고 맞섰다.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여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은 강도 높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촉구한 반면 야당이 된 통합당 의원들은 ‘빚 내서 쓰는 길을 가자는 것’이라며 맹공을 펼쳤다.
◇토건 정부, 재정 폭탄…반복되는 ‘SOC 발목 잡기’
SOC(사회간접자본) 정책은 여야 정쟁의 단골 메뉴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1월 24조1000억원 규모의 SOC 건설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계획을 발표했다. 당정은 수도권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지역 균형 발전과 전략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당안팎에서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향해 ‘토건 정부’라고 맹비난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4년간 사업 85건(23조 6169억원)을, 이명박 정부는 88건(60조3109억원)의 예타를 면제했다.
야당의 맹목적인 발목 잡기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한국당 지도부는 예타 면제 규모와 성격 등을 문제 삼으며 미래 세대의 ‘재정 폭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정작 지역구 의원들은 자신의 기여도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지난해 1월 당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예타 면제를 두고 “측근 밀어주기 의혹이 상당히 짙다”며 “대통령과 친한 지자체장 순서대로 밀어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서울 아파트 가격이 3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월 5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이어 강북의 대표 지역인 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떨어지며 서울 전체적으로 하락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자금출처 증빙강화, 보유세 부담 증가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사진은 3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2020.4.3/뉴스1
전세 아파트에 사는 B씨는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대상도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A씨는 “위축 효과가 더 무섭다”고 맞섰다. 결국 이들의 논쟁은 고성과 가벼운 몸싸움으로 끝났다.
# 서울 소재 대학생 C씨(24)는 동기들과 식사 도중 언성을 높였다.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출신인 C씨는 “특목고 학생들은 그 곳에서 더 치열하게 노력했기 때문에 대학을 잘 가는 것”이라며 정부의 특목고 폐지 정책을 반대했다.
지역 일반고 출신 D씨는 반발했다. 특목고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데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목고 출신이라 명문대에 가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목소리가 커지자 이들은 식사 도중 자리를 떴다.
우리 일상 생활 속 ‘극단의 대결’ 사례다. 특목고 폐지, 정시 확대, ‘블라인드 채용’(학력, 나이 등 일명 ‘스펙’을 배제한 채용 방식), 부동산 규제, 보육, 정년연장, 국민연금 등 정부 정책을 두고 국민들은 극단의 대리전을 치른다.
모처럼 만난 친구와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고성이 터져 나온다. 세대 간 갈등에서 세대 내 갈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슈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극단의 흐름은 획일화된다. 극단적 찬반만 존재하는 현실은 진영 의식의 타락으로 이어진다.
‘1020’ 세대는 교육 이슈에 매몰된다. 교육 이슈는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10대 후반부터 취업 전 30대 초반으로, 대학 입시나 취업의 결과만큼 과정상 공정성에 주목한다. 공정 이슈는 이제 이들이 세상을 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모든 사회적 이유에 “그게 공정한거야?”라고 묻는다.
대학가를 달궜던 ‘명문대 역차별’ 논란이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대학생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정책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노력이 채용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상에서 대학생 간 ‘혈전’을 일으키는 단골 소재다.
‘3050’은 단연 부동산이다. 취업 후 결혼, 출산 등을 앞둔 30대와 아직 일을 해야 하는 학생 자녀를 둔 50대가 여기에 속한다. 끝없이 솟구치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나 본인은 예외다. ‘내 집 마련’ 후에 정부 규제가 작동하길 바라는 속내다. 합리적 사고와 이성은 돈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부딪히면 싸움이 난다. 타락한 진영의식이 작동하면 상대의 합리적 진단과 주장을 무시한다. ‘3050’ 세대가 술자리에서 “정부가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정부 고위직부터 집 내놓아라” 식의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이유다.
‘6070’ 세대는 정년 연장에 주목한다. 정부가 재고용·고용연장 의무 등을 통해 현행 60세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공무원과 공공기관,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 등은 대체로 찬성이다. 반면, 일반 직장에서 은퇴를 앞둔 이들은 “60세 정년은 지켜지냐”며 체감 가능한 정책을 요구한다.
◇사회 변화 ‘가속도’…갈등 ‘브레이크’ 고장
문제는 사회적 갈등 조정 기능의 부재다. 사회 변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다층적·다원적 이슈와 정부 정책이 쏟아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민 갈등은 필연으로 불거진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거나 수용할만한 공간이 없다.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 어느 한쪽 진영에 붙는다. 막말, 고성, 묵살, 몸싸움 등 정치권 행태에 건전한 진영의식을 가진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국회의원은 갈등과 이해관계의 조정 대신 정쟁에 온몸을 바친다. 갈등 조정보다 정쟁이 몸값을 높이는 데 더 이롭다.
열성 지지들도 직접 링 위에 오른다. ‘조국 사태’에서 보듯, 갈등 조정 공간의 부재는 곧 공동체 분열이다. 서로 내뱉은 말을 다시 서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궤변을 각 진영의 논리로 둔갑시킨다. 이슈가 데워져 뜨거워질때면 어김없이 언론이 등장해 갈등을 부추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자 가치에 충실하되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서로 타협해가는 식으로 가야 상대가 봤을 때도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며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정치인도 자질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제도는 금방 갖다놨는데 의식과 문화가 아직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지난해 11월2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9 젠더거버넌스 한마당에서 여성들이 피켓에 적힌 성평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25개 자치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평등 정책 활동가와 풀뿌리 여성단체, 관련 전문가, 서울시 및 자치구 공무원들은 이날 행사에서 성인지 관점으로 서울시 및 자치구 사업을 모니터링하고 정책 개선안을 제시한 활동 성과와 사례를 공유했다. 2019.11.21/뉴스1
오랜 시간 사회의 부차적 존재로 인식 받아 온 여성이 기존 사회 구조에 반발하며 권리를 주장한다. 여기에 남성들은 그간 누리던 가부장제의 혜택은 붕괴되지만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지워져 있다고 반발한다. 이렇게 각자의 논리만 내세우는 반쪽의 외침이 되어버린다.
◇커지는 반쪽들의 외침
사회가 다층화되면서 여성들의 요구도 달라졌다. 사회의 중심이었던 남성의 담론에서 벗어나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떠올랐다. 불평등과 혐오에 맞서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2016년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을 추모하며 존재를 알린 이들은 대학가 성평등 문화 만들기에 앞장섰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을 이끌고 불법 촬영물이 판치는 ‘웹하드 카르텔’·‘텔레그램 n번방’ 수사를 촉구한 주축도 젊은 여성들이었다.
‘이남자(20대 남자)’도 고개를 들었다. 이들은 ‘역차별’을 우려했다. 젊은 남성이 겪는 피해도 여성들 못지않게 크다는 논리다. 이들은 온라인 공론장을 중심으로 군대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연애·결혼 시 남성이 지는 경제적 부담, 여성 우대 정책에 따른 소외감 등을 호소했다.
‘이여자’와 ‘이남자’는 대화 대신 싸움을 택한다. 젠더 갈등이 격화되며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10명 중 7명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 ‘페미니즘’ 용어에 격한 반감을 보이며 성차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020년 현재 젠더갈등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국가가 젊은 세대의 고민과 증오범죄를 해결하지 못하는 동안 성별 대립은 소모적인 갈등으로 치달았다.
일부 남성들은 기득권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여성 혐오적 발언과 비하로 상대를 일갈한다. ‘워마드’ 등 극단적 커뮤니티는 지나친 혐오·조롱으로 수차례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를 장악했다. 온라인 뉴스 댓글창은 혐오표현이 도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립의 층위도 다양해진다. 최근에는 ‘트랜스젠더 A씨의 숙명여대 입학 거부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이 문제에 불을 지폈다. 한 목소리를 내던 여성들 마저 두 편으로 갈렸다. A씨 입학을 반대하는 이들은 다른 성별로 가장한 남성들의 성범죄를 근거 삼았다.
뉴스 댓글창은 편편으로 나뉜 사람들의 갑론을박과 그들 모두를 조롱하는 이들로 갈라졌다. 젠더갈등의 현주소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사이 A씨는 입학 취소를 결정했다.
◇‘파편 사회’ 막으려면 국가 역할 중요…‘방관자’ 벗어나야
‘젠더 전쟁’ 종식은 한철 과제가 아니다. 성별 간 대립은 기존 진영 대결 못지않게 복잡하다. 여성과 남성 사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섣부른 화해를 권유하는 시도가 실패하기 쉬운 이유다.
우선 대립을 불러오는 균열의 사이를 메꿔야 한다. 갈등의 해결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현재의 정치권이 극단을 중도(中道)로 수렴하는 기능이 떨어지자 문제는 격화된다.
전문가는 젠더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젠더갈등의 주요 원인은 계급, 불평등의 심화, 세대 갈등, 지역 갈등”이라며 “여성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는 것은 아직 한국사회가 젠더갈등을 본격적으로 의식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