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의 영업팀 관계자들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달부터 거의 매주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2월 만해도 올해 목표 물량 달성은 커녕 지난해 수주 물량도 채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6일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동북지역 지린성에서 대형건설 업체 2곳으로부터 22톤급 중형 굴착기 32대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1월 수주물량의 10%를 이 한 건의 계약으로 수주한 것이다.
올해 2월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의 굴삭기 판매는 482대에 그쳤지만 3월 들어 수주와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 이번 32대 중형 굴착기 수주도 이런 맥락이다.
장밋빛 희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4월이 3월보다 또 좋아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4월 들어 판매 문의가 전달보다 훨씬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통상 3월이 굴착기 시장의 성수기인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성수기가 4~5월로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은 이미 빠른 회복세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0(50을 넘으면 경기확장 국면)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에 역대 최저치인 35.7을 기록한 직후 크게 반등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33%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을 발판 삼아 지난해 매출액이 사상 처음 8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현 수준의 회복세를 이어가면 지난해를 웃도는 매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매출액 평균 전망치는 전년보다 0.9% 감소한 8조1150억원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V자 회복은 두산그룹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도 크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발전 사업 축소에 따른 수주 절벽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그룹 총 매출액(18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두산인프라코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1분기 중국 사업의 회복세는 더 의미가 남다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 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무려 50조위안(약 8790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를 선언했다. 이 선언은 두산인프라코어 실적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실제 중국 내 인프라건설 업체들은 코로나로 미뤘던 발주를 본격화하고 있다. 밀린 공사를 하려면 건설기계부터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고, 반드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가 견조한 실적을 내고 두산중공업도 수주를 재개하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