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사진제공=](https://thumb.mt.co.kr/06/2020/04/2020040613392083832_1.jpg/dims/optimize/)
논란의 발단은 이달부터 시행 중인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다. 배민은 지난 1일 수수료 제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소상공인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금액 제한이 있는 ‘정액제’에 비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늘어나는 ‘정률제’는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이를 독과점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가뜩이나 지난해 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하기로 발표한 이후 독과점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중인 소상공인들은 공공 배달앱을 반기는 눈치다. 광고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성남 분당에서 치킨집을 운영중인 A씨는 “어느새 고정비가 돼버린 광고비를 절감할 수만 있다면 공공 배달앱도 상관없다”며 “경기도가 운영하는 배달앱이 나온다면 배민에서 바로 갈아탈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 지사가 추진하는 공공 배달앱의 롤 모델은 군산시가 지난달 내놓은 ‘배달의 명수’다. 이미 강임준 군산시장으로부터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사용도 허가받았다. 이날 경기도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 관련 기관과 대응 방침을 확정한다.
소비자 반응도 괜찮다. 카드 결제 중심 기존 배달앱과 달리 모바일 상품권 결제가 가능한 점이 주효했다. 게다가 민간 배달 앱에서는 불가한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 시 음식값을 10% 할인받는다. 또 ‘배달의 명수’는 광고 노출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논란에서 자유롭다. 소비자에게 가까운 거리순으로만 가맹점들을 노출해 형평성에 대한 잡음을 해결했다.
수수료·광고료가 없다는 특성 때문에 가맹점들의 불만이 없다. 김형옥 군산시청 유통혁신계장은 “가맹점들 대상으로 참여의 폭을 늘려가는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할인 쿠폰 등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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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가 지난달 출시한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https://thumb.mt.co.kr/06/2020/04/2020040613392083832_2.jpg/dims/optimize/)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에 개발자를 몇 명 뽑아 앱을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인력 등 인프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그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건가”라며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특성상 고객센터도 필요하고 마케팅도 해야 한다”며 “추가로 혈세를 투입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서비스 품질과 함께 이용률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앱 유지·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공공앱들은 줄줄이 폐기돼왔다. 운영비로 세금과 민간 출연금은 한계가 있었다. 민간 앱과 경쟁이 되질 않았다. 초기에 반짝 성과를 냈다가 이용자가 늘면서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또 지자체 특유의 조직 구조도 앱 운영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다. 지자체는 조직 구조상 민간 사업자보다 의사결정이 늦고, 담당자도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다. 앱과 같은 신속한 소통이 이뤄지는 사업을 운영하기엔 민간 사업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6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이달 1일부터 광고수수료를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에서 건당 부과방식인 정률제(매출의 5.8%(기존 6.8%))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 특히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 몰고 있다”고 비판하며 소상공인 보호를 위헤 공공앱 개발 긴급회의를 가진 뒤 구체적 실행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아한 형제들은 이에 수수료 5.8%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이며, 많은 울트라콜을 독식해온 소수업체를 배제함으로써 나머지 업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2020.4.6/뉴스1](https://thumb.mt.co.kr/06/2020/04/2020040613392083832_3.jpg/dims/optimize/)
서울시가 택시 승차 거부를 근절한다며 내놨던 ‘S택시’와 ‘지브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이 앱 개발에 10억3000만원을 투입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제로페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8년 12월 서울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높은 수수료율을 비판하며 ‘제로페이’를 만들었다. 출시 이후 1년간 누적 결제액은 696억원이다. 신용체크카드 결제액 추정치(910조원)의 0.007%를 차지했다. 553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 치고 참담하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018년 서울시가 38억3100만원을 들여 개발한 공공앱(60개) 중 41.7%(25개)가 세금 낭비로 끝났다.
일각에선 지자체나 정부가 앱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와 경쟁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 세금 낭비는 물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신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부문은 민간 시장의 직접 경쟁자를 자처하기보다 제도와 행정 개선으로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줄여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