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JTBC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드라마다. 남자의 불륜으로 인해 사랑과 신뢰가 깨지면서 부부관계와 가족관계가 치명적인 파국을 맞는 것을 스릴러 형식을 가미해 새롭게 그린 불륜 드라마다. 그런데 너무도 많이 봐온 불륜 드라마와 소재와 스토리는 비슷하지만, 그 색깔이 다르다. 영국 인기 드라마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서구적이고 세련된 감성이 입혀졌다. 많은 불륜 드라마에서 늘 나오던 불륜녀를 쫓아가 머리채 휘어잡고 흔드는 조강지처 따윈 없다. 남편에게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지고 분통 터뜨리는 ‘마누라’유형의 아내가 아니다.
사진제공=JTBC
그런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딱 한 명 있긴 있었다. 수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단 한 번도 사랑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자부심이 대단한 남자였는데,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취재 때문에 만난 전설적인 제비족이었다. 제비업계에서 지존이라 불리던 남자였다. 하지만 이 남자는 사랑 때문에는 안 다쳤지만, 사기죄로 감옥에 다녀오셨다. 감정이 다치든, 현실이 다치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좋은 일보단, 불행한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 동물과 함께 살면 다칠 일이 별로 없는 데, 남자와 여자가 너무 가깝게 지내거나 특히 한집에 살면 힘든 일이 참 많이 일어난다.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서로 너무 다른 종족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절대 다른 종족이 ‘감정’이라는 걸로 연결되어 만나기 때문이다.
여자의 ‘싫다’는 의사 표현을 남자는 ‘좋다’라고 해석하고, 남자의 ‘질렸어’라는 표현을 여자는 ‘사랑의 굳건한 신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여자가 ‘아’라고 얘기하면 남자는 ‘어’라고 받아들이고, 남자가 ‘응!’이라고 긍정의 대답을 하면, 여자는 ‘응?’(시비 거는 말)으로 받아들인다. 서로 언어는 같지만, 언어의 해석이 다르니 무슨 말을 해도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남녀관계다. 그 오해를 즐기고 오해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팽팽한 긴장감을 즐긴다면 그건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늘 팽팽한 긴장감만 있다면 언젠간 그 줄은 끊어지고 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래서 남녀관계는 운명적으로 새드엔딩이다.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면 해피엔딩같고, 결혼을 하지 못하면 새드엔딩이다. 결혼을 하면 또 결혼의 현실 때문에 ‘연애의 새드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또 '부부의 세계'처럼 한쪽이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참혹한 새드엔딩을 맞게 된다. 정말 사이가 좋은 부부가 평생을 백년해로해도 결국 한날한시에 죽지 않는 한, 한 사람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게 되어 이별을 하게 되니, 이 또한 새드엔딩이다. 모두가 겪는 새드엔딩인데, 혼자만 해피엔딩을 꿈꾸니, 연애와 결혼이 더 잘 안 되는 것이다.
행복한 남녀관계를 만들고 싶거든, 일단 해피엔딩의 꿈을 버리고, 상대 남자(여자)의 언어부터 배워야 한다. 언어를 모르면 한집에 살아도 무서운 타인이다. 그냥 타인도 아니고 무서운 타인.
고윤희(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