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정문 담장을 부수고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이유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였다. 노동자들이 단기간 중노동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앞세웠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무시하고 거리 투쟁을 해서일까. 국민들은 이들을 외면했다.
노동계에 협상이 사라진지 오래다. 낡은 의식이 협상을 지웠다. 협상보다 진영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에 대한 대응이 대표적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여야가 합의 처리한 ‘주 52시간 근로제’(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이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자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도, 생산성 감소를 우려해 집중 근로가 가능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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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이 누리는 주 52시간제는 실현 불가능했다. ‘보완’을 위해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안 마련이 필수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노동계의 반발에 발목잡혔다.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외치는 노동계와 탄력근로제 추가 확대를 주장하는 보수 야당의 기이한 공조였다.
노동계의 투쟁 방법도 낡았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지난해 2월27일 당시 한국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태극기와 손잡고 국민에게 칼꽂는 한국당’, ‘지금까지 이런 괴물은 없었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한국당 당원들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했다. 세상은 변했는데 고성과 몸싸움, 삭발, 경찰과 대치 등 80년대 투쟁방식 그대로였다.
국민들이 노동계와 ‘거리두기’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가 2018년말 발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68%가 민주노총에 대해 ‘불신’한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21.9%에 그쳤다. ‘모름·기타’는 10.1%였다.
불신하는 이유는 ‘조직 이기주의’(39.5%)가 가장 많았다. ‘강성노조’(22.4%), ‘귀족노조’(16.3%), ‘노동취약계층 연대소홀’(10.5%) 등이 뒤를 이었다. 민주노총이 다수의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보다,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한 강경 투쟁에 그친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20년 4인 가구 기준 월 중위소득은 474만9174원이다. 이는 전체 가구 중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이다. 전체 가구 중 절반은 이보다 소득이 적다. 노동계 안에서도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일부 조합원들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을 두고 쓴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지난해 11월21일 ‘노동조합의 사회연대전략’ 토론회에서 “열심히 투쟁해 연봉 9000만원에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쟁취해 노동조합이 올라갈 수 있는 최정점에 섰다”며 “계속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임금인상 투쟁방향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 달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제 강경파가 주도하는 타락한 진영의식에서 벗어나 대내·외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계속 기득권 지키기만 해야하는지, 민주노조를 말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갖고 운동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실제 기득권화 된 노동계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낳았다. 노조가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정치 집단화된 결과다. 민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진보의 상징보다 낡은 집단으로 읽힌다. 연대 대상이던 약자와 멀어진다.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 소상공인 등의 현실을 외면한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진영의 관점에서 진보는 무조건 약자란 프레임으로 사회 집단을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며 “진영을 벗어나 있는 현실 그대로를 봐야 사회가 한쪽으로 쏠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