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스벅?' 루이싱커피의 교훈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4.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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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의 머니뭐니]

/사진=루이싱커피 홈페이지/사진=루이싱커피 홈페이지


"코로나19가 회계부정 기업에 결정타를 날렸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알려졌던 중국 루이싱커피(Luckin Coffee)가 회계관련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중국판 엔론' 사태가 벌어졌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루이싱커피는 2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 개장을 앞두고 회계 부정 사실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2~4분기 매출액이 22억 위안(약 3800억원) 부풀려진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최고운영책임자인 류젠과 일부 직원들이 주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독립이사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조사를 하고 있고, 문제의 임직원들을 해고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3분기 실적 발표 내용도 모두 무효화했습니다.



이에 루이싱커피(LK) 주가는 단 하루만에 75.57% 급락했습니다. 1일 종가가 26.2달러였는데 2일 종가는 6.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주가는 4.9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하루밤 사이에 약 6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습니다. 상·하한가 폭의 제한이 없는 미국 주식시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중국판 스벅?' 루이싱커피의 교훈
그런데 루이싱커피의 회계 문제는 사실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올해 초 미국의 상장사 비리고발 리서치 업체로 유명한 머디 워터스 리서치(Muddy Waters Research)는 89페이지짜리 익명의 보고서를 입수했고, 이 보고서가 신뢰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루이싱커피를 공매도 대상에 올렸습니다.

'중국판 스벅?' 루이싱커피의 교훈
공매도 투자자인 칼슨 블록이 세운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상장사에 대한 탐사조사를 하는 투자회사로, 자신의 리서치 결과를 반영해 투자 포지션을 정합니다. 즉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상장사는 공매도 대상으로 삼는 겁니다.

익명의 보고서는 CCTV자료, 영수증 등 데이터를 직접 분석한 결과, 2019년 3분기 기준 루이싱커피의 점포별 일평균 판매량과 평균판매가격이 각각 69%, 12%씩 허위로 부풀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이싱커피는 6억4500만달러 규모 기업공개(IPO) 이후 2019년 3분기 재무 및 영업 실적을 날조하는 사기를 쳤는데, 이에 따라 드라마틱한 사업 변곡점이 나타났고 주가는 두달 새 160% 상승했다. 루이싱커피는 투자자들이 찾는 것과 환상적인 스토리로 성장주로서 어떻게 자신을 포지셔닝 해야 할 지, 그리고 투자자의 신뢰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루이싱커피 회계부정 관련 익명보고서 중 요약부분 발췌루이싱커피 회계부정 관련 익명보고서 중 요약부분 발췌
머디 워터스 리서치의 폭로 이후 루이싱주가는 한때 10% 이상 급락했지만, 씨트론 리서치가 루이싱을 옹호하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낙폭이 줄었습니다.

이후 루이싱은 회계조작 의혹을 공식 반박했고,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루이싱커피는 "모든 주문이 100%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매출이 시스템에 자동 등록돼 인위적인 조작이 불가능하다. 진위 여부 확인이 불가능한 영수증을 통한 분석은 실효성이 없고 악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머디 워터스 리서치의 경고가 나온 이후 시장참여자들은 의심어린 눈초리로 루이싱커피를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습니다.

중국 현지의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관측합니다.

"시장참여자들이 루이싱커피를 계속 지켜봤는데, 루이싱커피가 여기저기서 자금을 조달해 돌려막기를 하다가 코로나19 사태를 만났다. 돈이 돌지 않고 무리하게 확장했던 가맹점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돌려막기로 장부를 조작해 왔던 것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루이싱커피는 분기마다 1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내고 있는데, '아름다운'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투자를 받아 기반을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없다. 오히려 돌려막아야 할 빚이 넘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그 밑의 몇몇 사람들이 이번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루이싱커피 측 발표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같은 거대한 조작을 오너와 최고경영자(CEO)가 몰랐을 리 없다는 겁니다.

/사진=루이싱커피 홈페이지 캡쳐/사진=루이싱커피 홈페이지 캡쳐
루이싱커피는 2017년 중국 샤먼에서 사업을 시작한 커피 프렌차이즈 업체로, 중국 안팎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사업전략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치한 자금을 쏟아부어 점포를 늘리고, 공짜, 할인쿠폰을 뿌리면서 고객을 유치하며 선두 스타벅스를 맹추격했습니다. 설립 1년6개월 만에 전국 28개 도시 총 2370개 매장을 확보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장수는 4507개로 스타벅스(4125개)를 추월했습니다.

미국 나스닥에는 지난해 5월17일 상장했습니다. '기술'로 무장한 중국판 스타벅스의 출현에 시장은 열광했습니다. 픽업 매장 중심으로 매장 면적을 최소화하고, 100%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한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편리성을 높인다는 사업 모델은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이같은 변화에 자극받아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에서 배달 영업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외형을 무리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공짜 티켓' 등 과도한 프로모션도 독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탈이 났고, 결국 회계장부에 손을 댄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성장성을 자랑하거나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성장주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수익을 내야 존속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미래와 꿈'을 그리는 것은 좋지만, 현실도 냉철하게 점검할 필요는 있습니다. 내가 투자한 종목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한번챙겨보고, 가능하다면 보유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기업 뉴스를 다루는 미디어들도 보다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루이싱커피 같은 화려한 성공 스토리의 외면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알맹이를 보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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