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어진 '집콕'…처음 접한 간편식 품질에 '엄지 척’
CJ제일제당의 햇반은 2~3월 출고량이 평월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핫도그, 튀김류 등 간식류 제품은 50% 늘었고 밀키트 '쿡킷'은 매출이 전월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대상은 2~3월 간편식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2%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냉동밥과 국탕찌개류가 47%, 36% 성장했다. 풀무원도 2월 냉동밥 매출이 12월 대비 45% 늘었다고 밝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으로 간편식 제품을 이용해 본 고객들이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됐던 지난 2월말 진행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2월 마지막주 즉석밥, 국탕찌개 등 간편식 제품을 구입한 응답자 가운데 첫 구입은 2.7%, 4.1%로 나타났다. 가구수로 추정할 경우 약 26만6000가구와 41만가구가 즉석밥이나 국탕찌개를 처음 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 기술 발달로 간편식의 품질은 높아졌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엄마 손 맛보다 못한' '부실한 한 끼' 정도의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 간편식을 접해 본 주부들이 좋은 반응을 나타내면서 재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시장확장의 준비를 갖춰온 간편식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기회를 잡은 셈이다. 간편식의 부상은 결코 우연만은 아닌 것이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생산설비 투자와 함께 다양한 부문의 간편식 제품을 신규 개발하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국, 탕, 찌개나 수산 메뉴류, 간식류까지 제품군이 크게 확대됐고 외식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까지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라면, 간편식, 캔류 제품을 비축하려는 소비가 몰렸다가 점차 진정화 되는 흐름을 보이겠지만 간편식의 경우 신규 유입을 통한 취식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성향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은령·오정은·이영민 기자
5조원 시장 잡아라…식품·외식업계 "본선은 이제부터"
◆ 국내 HMR시장, 5년 동안 82% 성장…2022년 5조 넘는다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간편식 출하액은 2013년 2조841억원에서 2017년 3조7909억원으로 5년 동안 약 81.9% 증가했다. 연구원은 간편식 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즉석섭취·편의점식품류 간편식 제품의 2022년 출하액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식품업체들도 간편식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간편식 시장 선두에 있는 CJ제일제당은 늘어난 간편식 수요에 맞춰 2018년 진천식품통합생산기지를 세우고 2020년까지 54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생산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는 833억원을 투자한 '스마트푸드센터'를 본격 가동하고 식품제조사업에 나섰다. 롯데푸드도 930억원을 들여 내년 4월말을 목표로 경북 김천시에 신규 간편식 생산라인 증설하고 있다. SPC삼립도 지난해 간편식 설비 확충에 1000억원을 들이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 외식업체부터 편의점까지…너도나도 HMR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체들은 간편식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계절밥상은 매장 인기 메뉴 6종을 간편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교촌에프앤비,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등도 간편식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간편식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도 직접 간편식 제품 기획·제작에 나섰다. GS25는 자체브랜드(PB) '유어스' 라인업을 강화해 100여개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세계푸드, 풀무원 등 식품업체와 협업 제품을 내놓는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도 올해 간편식 강화를 위해 설립 중인 중앙집중조리시스템 센트럴키친을 가동해 실적 개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방송프로그램 '편스토랑'과 협업한 PB 상품 등으로 간편식 제품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영민 기자
"미슐랭 요리를 집에서" 멘보샤·감바스 5분 만에 '뚝딱’
프레시지의 HMR 밀키트 자료사진. (왼쪽) 감바스 알 아히요 (오른쪽) 밀푀유 나베/사진=프레시지
'3분 카레'에서 출발한 가정간편식이 집에서 조리하기 까다로운 인삼 장어탕에서 스페인 가정식까지 무한 진화하고 있다. 북어국·미역국·육개장 등 즉석국에 그쳤던 간편식의 영역은 이제 블루리본 레스토랑을 통째로 집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 "요리할 줄 몰라도" 감바스·빠네파스타 '뚝딱’
마켓컬리와 쿠팡의 신석식품 새벽배송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 밀키트(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으로 구성된 반조리 세트)의 영역 확장은 양식에서 두드러졌다.
애슐리 쉐프 박스 밀키트 '올라 파히타' 자료 사진/사진=애슐리 쉐프박스
한식과 중식의 간편식 업그레이드도 계속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국물요리는 2016년 첫해 비비고 육개장과 두부김치찌개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추어탕, 반계탕에 이어 순댓국, 감자탕, 콩비지찌개까지 확대됐다.
밀키트에서는 밀푀유 나베, 알탕, 감자수제비, 들깨 백순대볶음, 소고기 육전, 샤브샤브 등 대부분의 외식 메뉴가 간편식으로 상품화됐다. 중식에서도 소고기 고추잡채 꽃빵, 마파두부, 해물 누룽지탕, 양장피에서 멘보샤까지 밀키트로 출시되지 않은 메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우·유기농 등 식재료 품질 따져 프리미엄화
대중화에 성공한 간편식은 차별화된 식재료와 원산지 표시로 프리미엄화를 추구하고 있다. 유기농 쌀, 무농약 채소, 국산 소고기(한우) 등 믿을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간편식은 가격대가 있어도 인기가 높다. 유명 맛집이나 쉐프를 브랜드화한 제품 출시도 시작됐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감자탕/사진=CJ제일제당
지난해 말 이마트는 미슐랭 중식당의 멘보샤를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를 통해 출시했다. 올해 3월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도 유명 이자카야 이치에의 '멘치카츠', '닭고기 고로케'와 유명 양식 레스토랑 있을재의 티라미수를 마켓컬리에서 선보였다. 유명 레스토랑과 셰프의 브랜드 네임을 건 간편식 출시로 가정간편식 시장 저변은 더 확장될 전망이다.
오정은 기자
판 바뀌는 간편식, 키포인트는 '배송'과 '식품 안전'
가정간편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의 경쟁력은 '배송'과 '품질'에서 갈리게 될 전망이다. 온라인을 통해 식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난데다 냉장, 냉동식품이 많은 간편식 특성상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가정간편식으로 꼽히는 밀키트의 경우 신선 식자재를 반조리 상태로 배송하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다. 채소, 육류, 수산물 등이 손질, 진공포장 한 상태로 소비자에게 온라인을 통해 판매, 배송되는 구조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쿡킷'으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은 CJ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식자재를 취급하는 CJ프레시웨이가 산지에서부터 농산물 등 전처리를 맡고 CJ제일제당이 제품 기획과 생산을 하면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새벽배송으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구조다. '집밥' 콘셉트의 프리미엄 간편식을 표방하는 동원홈푸드의 더반찬도 지난해 새벽배송을 강화하는 등 배송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간편식 업체들도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변질을 방지할 수 있고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선 제품 수준의 상온 보존 기술이나 급속 냉동을 통해 신선도를 높인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가정간편식이나 온라인 거래 식품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로 배달, 온라인 식품 배송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업체 3237곳을 점검한 바 있다. 아울러 밀키트의 경우도 식품 유형으로 새롭게 지정해 성장을 지원하고 관리, 감독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 냉동 식품류가 크게 늘면서 변질 등 식품 안전문제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냉장, 냉동 밸류체인을 확립하고 물류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안전한 품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령·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