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5% 급등에도 "정유株 투자 조심", 왜?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4.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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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감산 합의 도달 불투명…주가도 단기간 급등

SK이노베이션, 울산CLX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울산CLX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미국이 원유 감산 합의 중재에 나서면서 유가가 25% 급등했지만 정유주에 대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감산 합의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고, 정유주들은 최근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해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3일 오전 11시5분 현재 S-Oil (77,900원 ▼200 -0.26%) 주가는 전날보다 0.3% 떨어진 6만5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120,000원 ▼100 -0.08%)은 2.49% 하락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 (118,400원 ▼2,300 -1.91%)은 1.33% 상승 중이다. 정유주들은 미국의 중재 소식에 상승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폭이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통화 했으며, 자신은 사우디와 원유 감산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저유가에 미국 에너지업체가 파산하면서 미국이 유가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한 나의 친구 'MBS'(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방금 이야기했다"며 "난 그들이 (원유를) 대략 1000만 배럴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고 적었다. 1000만 배럴은 전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1억 배럴)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에 따라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근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5달러(24.7%) 폭등한 배럴당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양측이 당장 감산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원유 소비가 줄어든 점도 문제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이후, OPEC+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감산 합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각각 하루 1130만배럴, 1030만배럴임을 감안하면 두 국가가 총 생산량의 46~70%를 감산 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만약 1000만 배럴 감산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부족한 수요를 상쇄시켜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원유 수요가 1600만~35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급이 감소될 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체들의 주가도 지난달에 기록한 52주 최저가 대비 30~60% 빠르게 급등한 상태다.

S-Oil은 3월23일에 기록한 52주 최저가(4만8450원) 대비 35.6%가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은 3월19일 11만4500원에서 53.28%가 급등했고, SK이노베이션은 같은날 기록한 5만5100원에서 64.79%가 올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기에 단기 매매는 가능하겠지만, 코로나19로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크게 상승하면 정제마진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유주 주가 상승에는 원유 수요 회복이 중요하며, 업황이 안정화 되더라도 배당 매력이 낮아져 단기 매매를 권한다"고 말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수요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 공급 요인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의 기초체력인 정제마진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정유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중국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수출이 불가능했던 독립 정제소(Teapot)에 대해서도 수출 쿼터를 부여할 예정이다. 윤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정유 제품 순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자국 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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