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CLX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통화 했으며, 자신은 사우디와 원유 감산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저유가에 미국 에너지업체가 파산하면서 미국이 유가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근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5달러(24.7%) 폭등한 배럴당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양측이 당장 감산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원유 소비가 줄어든 점도 문제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이후, OPEC+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감산 합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각각 하루 1130만배럴, 1030만배럴임을 감안하면 두 국가가 총 생산량의 46~70%를 감산 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만약 1000만 배럴 감산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부족한 수요를 상쇄시켜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원유 수요가 1600만~35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급이 감소될 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체들의 주가도 지난달에 기록한 52주 최저가 대비 30~60% 빠르게 급등한 상태다.
S-Oil은 3월23일에 기록한 52주 최저가(4만8450원) 대비 35.6%가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은 3월19일 11만4500원에서 53.28%가 급등했고, SK이노베이션은 같은날 기록한 5만5100원에서 64.79%가 올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기에 단기 매매는 가능하겠지만, 코로나19로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크게 상승하면 정제마진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유주 주가 상승에는 원유 수요 회복이 중요하며, 업황이 안정화 되더라도 배당 매력이 낮아져 단기 매매를 권한다"고 말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수요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 공급 요인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의 기초체력인 정제마진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정유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중국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수출이 불가능했던 독립 정제소(Teapot)에 대해서도 수출 쿼터를 부여할 예정이다. 윤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정유 제품 순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자국 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