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는 가고 없지만! 세정 강다니엘 옹성우 힘찬 발걸음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20.04.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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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화분', 강다니엘 'CYAN', 옹성우 'LAYERS' 어땠나?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말, 두 번 다시 없을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무너졌다. 네 번의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가요계와 방송계 모두를 들었다 놓았던 시리즈는 불명예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폐허를딛고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프로그램의 얼굴인 출연자들이다. 3월의 한가운데, 프로그램을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세정, 강다니엘, 옹성우가 비슷한 시기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모든 게 끝나버린 지금도 ‘프듀’ 두 글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그 어떤 낙인도 아랑곳 없다는 듯 각자의 빛을 발하고 있다.



세정 '화분'

'화분'은 세정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다. 그룹 구구단과 싱글 ‘꽃길’, ‘별빛이 피면 (Star Blossom)’ 등의 활동으로 바쁜시간을 보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지금의 시대와 꼭 어울리는 ‘위로’를 테마로 한 다섯곡의 노래는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앨범을 다 듣고 나서 떠오르는 건 단 하나, 한 음 한 음 진심을 다 해 부르는 세정의 진실된 목소리다. 타이틀 곡 ‘화분’은 ‘음악가들의 음악가’라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작사, 작곡, 편곡을담당했다. 황수아 감독이 빚은 동화 같은 영상과 함께 초록을 애틋하게 부르는 세정의 목소리가 그 언제보다 사려 깊게 다가온다. 앨범의 중간에 위치한 ‘SKYLINE’과 ‘오리발’은 프로듀서 Flow Blow와 호흡을 맞춘 노래로, 특히 ‘오리발’에서는 시크하고 쿨한 세정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커넥트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커넥트엔터테인먼트
강다니엘 'CYAN'

밝은 파랑’을 뜻하는 제목처럼 앨범은 눈이 부시도록 쨍 한, 하늘과 바다를 닮은 파랑의 이미지를 일관적으로 그려낸다. 두어 팀의 작곡가들에게 앨범 전체를 맡기며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전한 전작 'color on me'의 아쉬움을 타파하려는 듯, 앨범은 신구 할 것 없이 다채로운 작곡진들이 그려낸 새푸른 이미지로 가득하다. 밀리언마켓의 Chancellor와 작업한 타이틀 곡 2U는 앞과 뒤에 위치한 노래 ‘Adulyhood’, ‘Jealous’와 함께 앨범 전체에 어린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대표한다. 귀에 착 감기는 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그루비한 리듬과 세련된 편곡이 돋보이는 네 번째 트랙 ‘Interview’. 최근수호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을 작곡하기도 한 Noday, 이아일, 박문치의 공동 작업으로 가요적 느낌과 고급스러운 사운드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트랙이다.


사진제공=판타지오뮤직 사진제공=판타지오뮤직
옹성우 '옹성우 1st Mini Album'

그룹 워너원에서 옹성우의 자리는 ‘밸런스가 좋은 멤버’였다. 노래도 춤도 평균 이상 해내기에 리드 보컬과 리드 댄서 역할을 담당했지만, 그 앞에는 그보다 조금 앞선 포지션의 누군가가 늘 존재했다. 여기에 배우로서의 의욕을 숨기지 않았던 과거까지 더해 그룹 해체 이후 자연스레 연기자의 길을 걷는 그의 미래를 상상한 당신에게, 옹성우의 첫 앨범 'LAYERS'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묵직한 한 방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1월 발매된 첫 번째 디지털 싱글 ‘We Belong’을 포함한 총 6곡의 수록곡 모두를 자작곡으로 채우는 강수를 둔 앨범은 그 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그럼에도 설익지만은 않은 새로운 아이돌 가수가 전하는 기분 좋은 출사표다. 존재감 강한 목소리를 드라마틱하게 활용한 타이틀곡 ‘GRAVITY’, 펑키한 리듬과 유머러스한 연출로 3분 동안 눈과 귀를 좀처럼 쉴 수 없게 만드는 ‘GUESS WHO’ 등, 야망과 성실을 기반으로 한매력 넘치는 곡들이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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