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대신 스마트폰에 미래 맡기는 바보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4.04 06:56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 ‘노모포비아’…스마트폰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의 공포

사고 대신 스마트폰에 미래 맡기는 바보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중독을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라고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스마트폰에 잠식당하고 있다. 정보 접근력을 더 편리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수많은 부작용이 증명하듯 무너진 지 오래다.



저자는 이런 부작용을 전염병으로 규정한다. 운동부족, 근시, 수면 장애, 지능 지수 하락, 주의력 장애, 디지털 치매 등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

미국에선 몇 년 사이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두 배 증가했는데,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 충동은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튜브는 과격한 추천 알고리즘으로 세계인을 극대화하고, 페이스북은 아주 빈번하게 세계인의 정보를 훔쳐간다.



책은 스마트폰이 새로운 사고의 기준이 된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의 탄생을 알렸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스마트폰이 되레 사고의 기능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사고를 하지 않게 됐다. 정보의 단순 검색에 익숙해져 지적 탐구에 어려움을 느끼고 가짜뉴스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여론의 극단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저자는 “편리함과 신속함이라는 무기로 스마트폰이 얼마나 교묘하게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 앞으로 어떤 전염병을 더 만들지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팬데믹이 될 근시 유발의 파급력을 지니기도 하고, 교육에서도 편리보다 지적 저하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무엇보다 IT 기업들의 책임 없는 ‘파괴적 혁신’이 낳은 사회·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


유튜브에 ‘도널드 트럼프’를 검색하면 순식간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동영상이 추천된다. 페이스북은 ‘좋아요’ 9개만 있으면 그 사람의 신상 정보를 최소한 직장 동료만큼 알 수 있고 65개로 확대하면 친구만큼 알 수 있으며 125개면 정치 성향은 물론 성적 취향까지 알게 된다. 나쁜 의도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혁신을 방패 삼아 돈벌이에 급급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MIT 과학자들이 트위터에서 가짜뉴스와 진짜뉴스의 전파 속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자극적인 게 좋은 우리는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에 더 큰 관심을 보일 만큼 비판 없이 수동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행태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기업들의 사업 모델은 극단주의, 가짜뉴스 유포, 개인 정보 탐지, 정치적 조작을 체계적으로 강화한다.

“질문을 잊고 인터넷을 헤매고 다닌다면, 유튜브에서 개나 고양이 동영상만 보게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사피엔스를 향해 던진 경고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지 모른다. 귀찮은 사고 과정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가 과연 우리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노모포비아=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박종대 옮김. 더난출판 펴냄. 340쪽/1만60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