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몇 년 사이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두 배 증가했는데,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 충동은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튜브는 과격한 추천 알고리즘으로 세계인을 극대화하고, 페이스북은 아주 빈번하게 세계인의 정보를 훔쳐간다.
저자는 “편리함과 신속함이라는 무기로 스마트폰이 얼마나 교묘하게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 앞으로 어떤 전염병을 더 만들지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팬데믹이 될 근시 유발의 파급력을 지니기도 하고, 교육에서도 편리보다 지적 저하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무엇보다 IT 기업들의 책임 없는 ‘파괴적 혁신’이 낳은 사회·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
유튜브에 ‘도널드 트럼프’를 검색하면 순식간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동영상이 추천된다. 페이스북은 ‘좋아요’ 9개만 있으면 그 사람의 신상 정보를 최소한 직장 동료만큼 알 수 있고 65개로 확대하면 친구만큼 알 수 있으며 125개면 정치 성향은 물론 성적 취향까지 알게 된다. 나쁜 의도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혁신을 방패 삼아 돈벌이에 급급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MIT 과학자들이 트위터에서 가짜뉴스와 진짜뉴스의 전파 속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자극적인 게 좋은 우리는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에 더 큰 관심을 보일 만큼 비판 없이 수동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행태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기업들의 사업 모델은 극단주의, 가짜뉴스 유포, 개인 정보 탐지, 정치적 조작을 체계적으로 강화한다.
“질문을 잊고 인터넷을 헤매고 다닌다면, 유튜브에서 개나 고양이 동영상만 보게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사피엔스를 향해 던진 경고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지 모른다. 귀찮은 사고 과정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가 과연 우리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노모포비아=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박종대 옮김. 더난출판 펴냄. 340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