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은행 전망 '안정적→부정적'…"자산·수익성 악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4.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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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 반영…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12개국 은행 전망 모두 '부정적'으로 조정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코로나19 여파를 반영해 국내 은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무디스는 한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이 국내 은행의 자산 리스크를 높이고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봤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세는 안정적이지만 불안정한 심리와 외부 수요 감소로 경기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정부의 대책에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원리금 상환과 이자유예 방안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은행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봤다. 음식업, 숙박업, 운송업, 제조업 등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의 대출이 늘어나는 게 은행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수요 감소로 자동차, 항공, 건설, 해운, 조선 등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대출자산의 질 악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국내 은행의 자본건전성도 악화될 것으로 봤다.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지주 내 증권 등 다른 금융회사가 취약해지면 지주회사가 은행에 손을 빌릴 수 있다는 점도 은행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무디스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 역시 은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춤에 따라 NIM(순이자마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신용위험은 커졌지만 하반기까지 부실채권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고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은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등으로 외화유동성에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은행 시스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무디스가 개별은행의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낮추진 않았지만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바꾼 만큼 개별은행에 대한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별은행의 신용등급과 전망이 낮아지면 조달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

현재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각각 Aa2로 가장 높은 등급을 받고 있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Aa3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은 A1 등급이다.

한편 무디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전망이 바뀐 곳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12곳이다. 일본과 홍콩 은행들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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