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선제투자…역발상 삼성 DNA
지난해 유례 없는 경영 불확실성의 파고 속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중점투자 전략이 인력구조를 통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8년 8월 AI(인공지능)·5G(5세대 이동통신)·IoT(사물인터넷)·자율주행을 '4대 미래산업'으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사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초격차 의지는 지난해 투자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지난해 시설투자 22조6000억원을 집행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문에서 초미세공정을 위한 EUV(극자외선) 설비투자를 대폭 늘렸다. 지난해 영업이익(27조7700억원)의 81%를 반도체에 다시 쏟아부은 셈이다.
이는 경기도 전체 예산보다 불과 3조6000억원가량 적은 규모로 삼성의 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낸다.
초격차 전략 올해도 지속…역대급 채용에 재계도 깜짝
평택 2라인 가동을 앞두고 반도체 인재들도 올해 대거 채용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그룹 차원의 공채를 늦췄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력직 채용에 착수했다. 국내 주요 그룹들이 채용문을 닫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채용 계획을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거침없이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처럼 경력사원을 대규모로 뽑는 것은 처음 본다"며 "특히 반도체 공정·소자 설계·모바일 AP 설계·품질 관리 등 반도체 전 분야를 아우르는 채용이어서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초유의 글로벌 쇼크 한복판에서 이 부회장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혼란 속에서 기회를 잡아온 삼성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발동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는 조금 덜 팔리더라도 비대면 활동 증가로 '서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며 비대면과 IT 기술이 생필품이 되는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어떻게 끌고 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 제2라인 건설현장에서 지난달 28일 공사 인부들이 삼삼오오 오가고 있다. /사진=이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