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갔다 소진공 갔다가 코로나 대출 '핑퐁게임'…3가지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4.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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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에서 은행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에서 은행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


시중은행이 4월부터 초저금리 대출을 내놓았지만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소상공인진흥공단에 가보라고 안내하는 등 '핑퐁게임'이 벌어졌다.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출이 취급하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고 시중은행이 고신용 소상공인에게만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중은행이 받은 한도가 소진되면 한도가 남은 다른 시중은행으로 안내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병목현상 해소했더니 '핑퐁게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14개 시중은행은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이차보전 대출상품을 내놨다. 연 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원을 연 1.5%로 빌려준다.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을 마스크만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자 정부가 재정 6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상품이다. 전국 6000개가 넘는 은행 창구를 활용하면 대출 병목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3~5일내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시중은행을 방문한 소상공인이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소진공이나 기업은행 등 다른 곳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소진공에서 기다리다가 시중은행을 찾았는데 다시 소진공에 가라하니 대출 첫날부터 소상공인의 불만이 커졌다.

◇첫번째 이유…시중은행 고신용 소상공인에게만 대출
은행 갔다 소진공 갔다가 코로나 대출 '핑퐁게임'…3가지 이유는
이같은 '핑퐁게임'이 생긴 첫번째 이유는 시중은행이 소상공인 중 1~3등급 수준의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해주고 있어서다.


적은 재정으로 많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선 이차보전하는 이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

은행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면 보전하는 이자가 많아진다. 등급이 낮은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에게 기업은행이나 소진공에 가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중신용자에게도 초저금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시중은행은 고신용자에게만 공급하도록 정해졌다"고 말했다.

◇두번째 이유…조금씩 다른 초저금리 대출, 발 돌리는 소상공인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에 빠진 소상공인 중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을 위한 1000만원 긴급대출 홀짝제가 시행된 가운데 2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지원센터 중부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들이 새벽부터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소상공인은 전국 62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센터에서 보증서 없이 1000만원을 즉시 대출할 수 있으며, 5년간 연 1.5%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홀숫날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홀수인 사람, 짝숫날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짝수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 사진=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에 빠진 소상공인 중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을 위한 1000만원 긴급대출 홀짝제가 시행된 가운데 2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지원센터 중부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들이 새벽부터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소상공인은 전국 62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센터에서 보증서 없이 1000만원을 즉시 대출할 수 있으며, 5년간 연 1.5%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홀숫날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홀수인 사람, 짝숫날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짝수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 사진=뉴스1
소상공인이 시중은행 이차보전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도 있다. 초저금리 대출 금리는 시중은행이나 기은, 소진공 모두 1.5%로 같다. 오히려 기은, 소진공 상품에 붙는 보증수수료가 없으니 시중은행 상품이 금리는 더 낮지만 대출기간이 1년으로 짧다. 반면 소진공에선 대출기간이 5년으로 길고 2년 거치도 가능하다.

◇세번째 이유…은행별 한도, 소진땐 다른 은행으로 '핑퐁'
지금은 시중은행·기은·소진공 사이에서 핑퐁게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 시중은행간 핑퐁게임도 나올 수 있다. 시중은행 이차보전은 은행간 불필요한 경쟁을 막기 위해 은행별도 한도를 줬다. 특정 은행이 한도를 채우면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취급 실적을 보고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도가 한달도 안돼 소진될 수 있다. 시중은행 이차보전 한도는 총 3조원인데 지난달 5대 은행의 소상공인 대출증가액은 2조9732억원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에서 한도가 소진되면 한도를 새로 받기 전까지는 해당 상품을 취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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