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의 목을 조른` 코로나19!

운준호 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0.04.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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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과 행사 취소에 봄 캐럴 전멸

'벚꽃엔딩'의 목을 조른` 코로나19!


벚꽃은 참 빨리 진다. 통상 개화 후 보름 정도 되면 만개하고 3주 정도 되면 시든다.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짧다. 그래서 봄이 되면 상춘객이 벚꽃을 보겠다고 그리 몰리나 보다.

그리 본다면,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벚꽃엔딩'은 그 소재의 본질과는 참 달리 갔다. 이 노래는 2012년 발표된 이후, 매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폈다. 오죽하면 죽지도 않고 또 왔다 해서 ‘벚꽃 좀비’라는 별명이 붙었으랴.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2일 오전 9시 현재 전 세계 확진자 92만여 명, 사망자 4만6000여 명을 발생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그 긴 생명력을 자랑하던 '벚꽃엔딩'의 숨통까지 조였다. 2020년은 참으로 ‘잔인한 봄’이다. 이 시기에 퍼진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시의부적절하다.

#매년 개화 시기가 늦춰진 '벚꽃엔딩', 진짜 엔딩 맞나?



물론 '벚꽃엔딩'이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기준으로 지난 3월21일, 161위로 톱200에 진입했고 향후 5일간 평균 114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비추어본다면 그리 성에 차지 않는다.

'벚꽃엔딩'은 지난 2012년 3월 발표 직후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봄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노래는 없었다. "그대여~"로 시작되는 첫 소절을 들으면 봄이 왔음을 깨닫고, "봄바람 휘날리며∼"라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들을 때면 봄기운에 전율한다.

2013∼2014년에는 일찌감치 <벚꽃엔딩>이 울려 퍼졌다. 각각 2월 9일와 2월 29일 톱100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2월이면 아직 겨울이다. 꽃샘 추위까지 견디고 3월말에서 4월초가 돼야 벚꽃이 피는 것을 고려할 때, 추위에 지친 대중이 먼저 '벚꽃엔딩'을 찾아 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봄의 전령사’인 셈이다.


2015년부터는 계절 상 봄이 시작되는 3월부터 톱100 자리를 꿰찼다. 2015년 3월1일을 시작으로, 3월3일(2016), 3월11일(2017), 3월24일(2018)로 차츰 '벚꽃엔딩'의 차트 등장 시기가 늦춰졌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다시금 3월21일로 예년에 비해 사흘 먼저 '벚꽃엔딩'이 톱100에 안착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이쯤 되자 '벚꽃엔딩'은 ‘봄 캐럴’로 불렸다.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거리에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빗댄 표현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은 어땠을까? 3월20일까지는 멜론, 지니뮤직, 벅스뮤직, 소리바다 등 대다수 음원 차트에서 '벚꽃엔딩'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3월21일 톱200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완연해지는 봄 기운과 함께 타 음원사이트에서 차차 '벚꽃엔딩'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벚꽃엔딩'은 발표한 지 8년이 지난 노래다. 차츰 ‘개화’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2020년은 예년과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르다. '벚꽃엔딩'의 성공 이후, 가요계는 봄맞이로 바빴다. 봄을 소재로 한 노래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로이킴의 '봄봄봄', 10㎝의 '봄이 좋냐',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이문세의 '봄바람' 등이 또 다른 봄노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봄을 테마로 삼은 신곡조차 드물다. 모든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는 등 가요계 전반이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봄 캐럴이 발붙일 것이 없었던 셈이다.

사지넺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지넺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 사이 그룹 방탄소년단의 '봄날'이 새로운 봄 캐롤송으로 부각됐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올해 '봄날'은 '벚꽃엔딩'보다 20일 먼저 차트에 진입했다. 이에 대해 지니뮤직 홍상욱 본부장은 "K-팝 가치를 세계 만방에 떨친 방탄소년의 신곡,구곡 모두 꾸준히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봄날'의 인기는 지속됐다"며 "반대로 '벚꽃 엔딩'은 코로나19로 봄나들이가 어려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차트 진입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계절, 가요계 스테디셀러의 공식!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요소는 많다. 피부로 느껴지는 날씨, 옷차림의 변화 등이다. 그리고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 역시 크게 한 몫한다. 그래서일까? 계절을 테마로 한 노래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곤 한다.

예를 들자면, 가수 이용은 가을에 풍족해진다. 그가 38년 전 발표한 노래 '잊혀진 계절' 덕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가사 덕분에 10월 말이 되면 라디오 방송국에는 '잊혀진 계절'을 틀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행사 섭외 역시 폭주한다. 이용이 스스로 "10월은 돈 되는 달"이라고 말할 정도다. 또 다른 가을 곡으로는 아이유의 '가을 아침',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바이브의 '가을 타나봐' 등이 있다.

상대적으로 볼 때 덥고, 추운 날씨 변화가 확연해지는 여름과 겨울을 테마로 한 노래들이 더 많다. 응당 여름에는 신나는 댄스곡이 대세다. ‘여름 그룹’이라 불렸던 쿨의 '해변의 여인', '애상', '슬퍼지려 하기 전에'를 비롯해 DJ DOC '여름이야기', 듀스 '여름 안에서', 클론 '쿵따리 샤바라', 신화 '으쌰으쌰' 등은 단박에 듣는 이들을 한여름 해수욕장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겨울에는 역시 발라드가 제격이다. 박효신의 '눈의 꽃'은 겨울에 안 들으면 섭섭하다. 미스터투 '하얀 겨울', 터보 '회상'도 단골 겨울송이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1984)와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1994)가 세상을 덮는다. 이 외에도 경쾌한 멜로디를 가진 DJ DOC '겨울이야기'와 터보 '스키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날인 12월31일이 되면 별의 '12월32일'이 곳곳에서 흘러 나온다. 아마도 한 살 더 먹는 것이 마뜩잖은 이들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는 노래리라.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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