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셰일회사 첫 '파산'...줄도산·해고대란 신호탄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4.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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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미국 셰일 업체 화이팅석유(Whiting Petroleum)이 파산을 신청했다. 주요 셰일 업체 중 유가전쟁에 무릎 꿇은 첫 사례다. 저유가와 수요 감소를 이기지 못해 업체들이 잇따라 ‘녹다운’을 선언할 경우 해고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화이팅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촉발한 유가 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재정적 개편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3월부터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해왔다.



화이팅석유는 "파산 신청을 통해 22억 달러 규모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회전 한도 대출의 재상환 및 상환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른 대출 상환뿐 아니라 주주들은 개편된 새로운 회사의 주식 3%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유가 전쟁에 미국 대규모 셰일 업체가 굴복한 첫 번째 사례“라며 ”석유사들의 현금 보유량이 줄면서 미국 석유 및 가스산업에서 줄 파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 셰일가스 선구 기업인 체서피크에너지와 캘리포니아리소스, 걸프포트에너지 등도 최근 구조조정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부채를 떠안은 상태로 저유가 상황을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가는 20달러선에서 머물러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20.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존 프리먼 레이몬드제임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에너지업체들은 배럴당 30달러 선에서도 버티기 벅찬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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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업체 위기는 곧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다. 미 셰일 업계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만 약 450만 개로 추산된다. 게다가 셰일오일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여 년간 10%로 커졌다. 업체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나 해고를 실시하면 경제적 여파는 더 커질 수 있다.


CNBC 분석가 짐 크래머는 ”에너지산업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인원을 감안할 때 이 산업은 경제의 핵심“이라며 ”정리해고가 발생하면 이 중 일부는 추후 되돌아갈 수 있겠으나 영영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 3일 미 주요 석유사 임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엑슨과 셰브론, 콘티넨탈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미 정부가 미국 셰일 업체들에 줄 수 있는 도움이 제한적이라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업들 사이에선 정부의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한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며 ”근본적으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도 분명하다“고 전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CEO는 지난달 WSJ에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시장을 믿어야 한다“며 ”시장 개입은 그 의도가 좋더라도 광범위한 경제 지원보다 덜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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