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마저 '마통' 신세…적금 깨고 빚 내는 '코로나 시대'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0.04.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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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상담 창구./사진=뉴스1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상담 창구./사진=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개인부터 대기업까지 은행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대기업 대출 잔액은 두 자리 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적금 잔액은 줄었다. '적금 깨고 빚 내는' 최악의 현실을 방증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원화대출 잔액은 1170조7335억원으로 전월보다 19조8688억원(1.73%), 전년동기대비 82조1284억원(7.54%) 늘었다. 개인대출, 기업대출이 나란히 급증한 결과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용대출과 대기업 대출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신용대출 잔액은 113조1195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2409억원(2.02%),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12조8105억원(12.77%)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가파른 증가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로 무급휴직을 하는 등 직장인조차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생활안정자금 형태의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신드롬처럼 번진 '동학개미운동'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폭락한 주식 시장을 기회로 보고 뛰어든 움직임을 가리킨다.



주택담보대출, 가계대출 증가율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7.62%, 7.6%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부동산 규제 등 영향으로 최근 몇달 간 증가세 둔화가 뚜렷했는데 지난달 다시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해석된다.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대기업 대출 잔액은 크게 늘어 코로나19 충격파를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82조7022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949억원(10.85%), 전년동기대비 7조958억원(9.39%) 증가했다. 전월대비 증가율은 대출 카테고리에서 가장 높았다.

유동성 문제가 현실이 되면서 대기업까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한도대출에서 실제로 돈을 끌어다 쓴 결과다. 회사채 발행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시중은행 문을 두드린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이면 시기적인 요인이랄 것이 없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도 대출 규모가 커졌다. 지난달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55조4912억원으로 전월대비 5조3619억원(1.19%),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했을 땐 35조1927억원(8.37%) 증가했다.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춘 영향으로 보인다.

대출은 크게 늘었지만 예·적금 잔액은 소폭 늘거나 전월보다 오히려 줄었다. 0%~1%대 초저금리 영향에 당장 돈이 필요해진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652조3277억원으로 전월대비 5조8364억원(0.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적금 잔액은 38조568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600억원(2.7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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