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블록딜에 흔들리는 투심…펀더멘털은 이상無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4.0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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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지난해 5월16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주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지난해 5월16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주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국내 제약 대표주인 셀트리온 (177,400원 ▼2,100 -1.17%)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가 주요 주주의 대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소식에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블록딜 소식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주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양사 모두 실적 개선 가시성이 명확하다며 주가의 우상향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2일 오전 11시30분 기준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 대비 8000원(4.04%) 떨어진 19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전일 대비 5200원(6.58%) 하락한 7만38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인 아이온인베스트먼트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각각 257만주(지분 1.9%), 221만주(1.5%)를 블록딜 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온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대 주주다.



아이온은 앞서 2018년 3월과 9월에도 셀트리온 주식 224만주, 362만500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매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역시 2018년 3월과 12월 블록딜과 장내매매 방식으로 약 445만주를 처분했다.

통상 증권시장에서 주요 주주의 대규모 매도는 악재로 통한다. 특히 개인보다 정보력과 분석력에서 우위에 있는 주요 기관이 매도한 경우에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고점 논란이 불거지며 투심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주요 주주의 블록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주가가 흔들렸다. 2018년 아이온이 지분을 매각할 때는 그 다음달 약 10% 안팎 주가 조정을 겪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원에쿼티파트너스도 2018년 9월과 지난해 5월, 10월 3차례에 걸쳐 총 1640만주 가량을 블록딜 했는데 그 다음날 3~9% 가량 주가가 떨어졌다.


이번에 아이온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최근 두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12일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혔고, 주가는 저점인 지난달 19일 14만원에서 31일에는 22만9000원까지 급등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지난달 31일 8만9700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0% 가량 올랐다.

(서울=뉴스1)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19일 코로나19 치료제 및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을 방문,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3.19/뉴스1(서울=뉴스1)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19일 코로나19 치료제 및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을 방문,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3.19/뉴스1
최근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판단에 지분을 매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실적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금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록딜로 인해 투심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지 않는 한 주가 우상향 방향성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셀트리온의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4% 늘어난 1조5961억원, 영업이익은 66% 증가한 6278억원이다. 영업이익 예상치는 1달전 6074억원보다 3.4% 상향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5.4% 증가한 1조7110억원, 영업이익은 172.2% 늘어난 2254억원이 예상된다.

실적 개선의 근거는 셀트리온의 주력 바이오시밀러(복제약품)인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제), 허쥬마(유방암 치료제), 램시마SC(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이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외형 확대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램시마SC의 유럽 출시와 트룩시마·허쥬마의 미국 출시 등 신제품 효과가 올해 가장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며 "1공장 생산량 5만리터 증설과 해외 CMO(위탁생산) 8만리터 계약으로 총 27만리터 생산능력을 확보한 것도 투자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아직은 개발 추진 단계여서 불확실성은 높지만 조기에 개발이 완료된다면 실적과 주가 모두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앞서 지난달 19일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국책과제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현재 완치된 환자의 혈액을 공급받아 유효성 높은 항체를 스크리닝 중이다. 진단키트 개발도 추진 중인데 다음달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럽, 미국 등에서 사용승인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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