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출에 부정적이었다. 지난달 10일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에서 "재정당국 입장에서 재난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소득 하위 50% 가구, 4인 가구당 100만원으로 의견을 수정했고 이번에 좀 더 지원 대상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재정부채 40%에 매달린 사고방식에서 못 벗어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가구 100만원은 재정 여건을 감안하고 재정 여력을 비축하려는 현실적 고려라고 설명하면서도 아쉽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당은 소득하위 70~80%에 1인당 50만원으로 의견을 제시했었다. 4인 가구면 200만원에 해당한다.
미래통합당은 애초부터 넓은 범위보다는 차등적이고 실효적인 지원을 주장했으나 이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모든 사람에게 다 주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세금을 투입하는 핀셋 정책”을 지지했다.
유승민 의원은 "복지제도 기초생활수급대상이 있고 그 위에 차상위가 있듯이 제일 절실한 사람한테 더 많이 주도록 계단식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한 이혜훈 의원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어려우면서 숨이 넘어가는 사람에 집중해 지원해야 한다”며 선별복지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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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예산 512조원의 20%를 용도 전환해 10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소득과 근로자의 임금을 우선 보전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원금은 전형적인 매표용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만일 줘야 한다면 편 가르지 말고 다 주는 편이 낫다"고 그동안 당의 의견과는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현금 10만원, 현물 15만원으로 구성된 월 25만원의 재난급여를 4개월간 총 1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2750만명을 대상으로 27조원의 소요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 국민에게 지원금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같은 내용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소요예산은 50조원이다.
지난달 3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을 통해 "경제난국을 타개하려면 이번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은 너무 적다"며 "1인당 100만원씩 모든 국민에게 다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범위와 금액을 늘린다고 일회성 지원금으로 금방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적인 경기하락이나 경기순환 사이클이 아니다. 이전과는 차별화된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직접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최악의 경기침체에는 적은 금액도 가계에는 큰 도움이 되고 개개인의 소비지출이 늘어나면 경기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GDP 대비 10~30% 가량의 돈을 쏟아 붓고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지급을 하겠다고 나섰다. 홍콩, 마카오는 전 국민 동일금액을 지급했으며 싱가폴은 차등지급했다. 미국과 호주는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지원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신속한 지급을 추진하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망설임조차 나태이고 사치다. 아직도 재정부채비율 40%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복지부동이나 다름없다. 지금 아니면 언제 쓰려고 재정을 비축한단 말인가.
명칭은 ‘긴급재난지원금’인데 정작 긴급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 여론에 쫓겨 한 듯 소득 하위 50%에서 70% 가구로 모호하게 대상자를 넓혀 논란거리만 던져줬다. 돈 풀고 욕 먹기 딱 좋다. 전 국민 또는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대부분으로 대상자를 확대하고 금액도 상향조정해야 한다. 지금은 가장 빠르고 단순하며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