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통령의 섬뜩한 경고…월가도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4.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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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사람들은 묻는다.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2주면 끝날지, 4주면 끝날지. 하지만 우리 예측모델에 따르면 7월까지 높은 사망률이 이어질 것이다. 예측모델이 정확하다면 코로나19 사태는 여름까지 갈 수 있다."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뉴욕주의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는 1일(현지시간) 뉴욕주 알버니 주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결될 것이란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제2의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美코로나 추이, 이탈리아와 비슷"…부통령의 섬뜩한 경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발병 추세가 사망자 폭증을 경험한 이탈리아와 가장 비슷하다는 섬뜩한 진단을 내놨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 책임자인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러 이유에서 이탈리아가 미국과 가장 비슷한 지역일 수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우리가 그런 예측 모델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이 발언은 코로나19로 미국 내에서 10만~24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TF의 예측 모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날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1만574명의 확진자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315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또 펜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을 잘 이행하지 않는다면 160만∼22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해 나갈 경우 6월까진 대체로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터널의 끝엔 빛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아주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것"이라며 당분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세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美 코로나 확진자 20만명…13일새 20배 폭증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1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0만3608명으로, 처음 20만명을 넘어섰다. 13일만에 20배 폭증하며 중국과 이탈리아의 약 2배로 불어났다.

1월21일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71일 만이고,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선 지 불과 5일만이다. 그동안 미뤄졌던 진단 검사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는 이탈리아 뿐 아니라 스페인(10만2136명) 중국(8만2361명) 등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약 90만명에 달하는 전세계 확진자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 셈이다.

미국내 확진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만3712명이 뉴욕주에서 발생했다. 인접한 뉴저지주가 2만2255명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4361명으로 이미 중국(3316명)을 넘어섰다.

美 부통령의 섬뜩한 경고…월가도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주가 바닥 이야기하기 아직 일러"

월가도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 내 끝날 것이란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V자 반등을 논하는 이들을 점점 찾기 어려워진다.

아직 최악이 오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기업 유동성 위기를 경고한다. 기업들의 연쇄파산에 따른 대량실업과 소비침체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했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앞으로 1∼2년 안에 내 생애 최악의 약세장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급락세와 함께 2/4분기를 열었다. 연방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이달말까지로 연장되면서 경제적 셧다운(봉쇄)이 실업자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주가를 내리눌렀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73.65포인트(4.44%) 급락한 2만943.5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114.09포인트(4.41%) 떨어진 2470.5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339.52포인트(4.41%) 하락한 7360.58로 마감했다.

CMC마켓의 마이클 휴슨 수석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감염자 증가와 사망률 상승 속에서 주식시장의 바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경기지표 측면에선 제조업 경기 악화가 확인됐다. 공급자관리협회(ISM)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9.1로 전월(50.1) 대비 하락하며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토대로 발표되는 경기동향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3월 미국의 민간부문 일자리는 2만7000개 줄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감소폭 12만5000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수치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패트릭 카이저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아직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장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가지수 차원이 아닌 종목별 접근을 당부했다. 아스토리아 포트폴리오자문의 존 다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투매는 시장평균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개별 종목에서 초과수익을 노리는 액티브 투자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선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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