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외인·기관 벌써 플러스, 삼성전자 몰린 개미는…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반준환 기자, 김소연 기자, 김사무엘 기자, 정인지 기자, 강민수 기자, 김성은 기자 2020.04.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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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의 명과암] (종합)

편집자주 올해 급락장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개미였다. 일부 빚 내 투자하기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신용을 내지 않고 현금투자를 해 버티는 힘이 강해졌다. 우량주 위주로 매수해 연기금 패턴을 닮은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동학개미'로 인한 시장 왜곡도 나타나고 있다.

"요새 왜 주식 사냐고요? 부자되기 싫은 사람도 있어요?"
[MT리포트] 외인·기관 벌써 플러스, 삼성전자 몰린 개미는…


"결국 돈을 많이 벌 길은 주식이나 부동산 정도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하려면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월급쟁이한테는 주식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지금이 기회라고 하니까. 부자 되고 싶어서죠, 뭐."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30대 초반 직장인 홍모씨에게 "왜 갑자기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최근 홍씨처럼 주식 투자에 새롭게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시장 순매수액은 20조원을 넘는다. 지난달에만 총 11조186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이날도 1조1000억여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45조원을 돌파했다.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도 지난달 초 최초로 3000만개를 넘어섰다.



"최근의 폭락, 기회라고 느껴져"…"뭔가 보여주자는 생각에 똘똘 뭉쳐"

개미들이 주식 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등 시중에 현금이 많이 풀려있는 점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부동산 규제 강화로 뭉칫돈들이 갈 길을 잃은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주식 시장이 반드시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투자를 결심했다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우 많았다.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위기가 한창일 때 싼값에 주식을 사두면 언젠가는 수익이 난다는 사실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평소 주식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던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지인들의 추천에 여유 자금을 털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그는 "욕심을 내지 않고 타이밍만 잘 잡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조언에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며 "주식 시장은 항상 오르내리는 흐름이 존재하는 만큼 최근의 폭락이 기회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경력이 긴 '베테랑'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10여 년 경력의 40대 이모씨는 "불황에도 오래 버틸 수 있는 기업, 외국인이나 기관이 살만한 기업 위주로 추려 투자를 하고 있다"며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다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현상에 대해서는 "그간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해 온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개미가 사들이면 승산이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이번에는 뭔가 좀 보여주자'는 생각들로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또 다시 급락 마감한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 대비 코스피 83.69p(5.34%) 하락한 1482.46, 원/달러 환율 20원 오른 1266.5원, 코스닥 23.99p(5.13%) 내린 443.76을 나타내고 있다. /김창현 기자 / 사진=김창현 기자 chmt@국내 증시가 또 다시 급락 마감한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 대비 코스피 83.69p(5.34%) 하락한 1482.46, 원/달러 환율 20원 오른 1266.5원, 코스닥 23.99p(5.13%) 내린 443.76을 나타내고 있다. /김창현 기자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번에는 개미가 승리할 수 있을까…전문가들 "현 상황 이례적, 가능성 있어"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단기적인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실제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인 1998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코스피 지수는 278%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1월부터 30개월간 코스피 지수는 137% 올랐다.

이와 관련, 김용구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76조6000억여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 내부 수급 기반 붕괴의 직·간접적 단초로 기능했던 수급원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경우 현 상황은 지극히 이례적 행보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렬로 말미암아 잠재적 하방 완충력과 반등 탄력이 동시에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며 "코로나19의 파장이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괴멸적 상황 변화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사이클의 최종 승자는 외국인이 아닌 개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중·소형주와 테마주 중심의 매수에서 탈피해 대형주 위주의 장기 투자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형주가 대부분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의 순매수는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우량주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모습은 2008년 개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매도하고 테마주 중심으로 매수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증시 과열 상황에서 여러 지인들의 성공담에 혹해 일확천금을 노린 묻지마 투자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투자 종목과 투자 기간이 단기 차익보다는 꾸준히 배당 및 안정적 이익을 추구하는 장기 투자자의 성격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한정수 기자, 반준환 기자

'삼성전자에 몰빵' 동학개미…증시에 온기 안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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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급락장을 계기로 등장한 '동학개미군단'은 양극화 성향을 나타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그 중에서도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집중투자하는 이들과 소형 테마주에 단기투자하는 이들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외국인 투매에 대응해 시장 방어를 잘 해내고 있지만, 증시 전체로 온기가 돌지 않아 소외되는 종목이 나온다는 아쉬움이 있다. 단타를 노리는 후자의 경우에는 증시 변동성이 아직 걷히지 않아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3월 2~31일)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1869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2986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각각 12조5550억원, 2975억원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간 개인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으로 시가총액 상위주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에만 약 5조7000억원을 넣어 전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몰빵'했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 삼성SDI 등에도 1조7000억원 가량을 투자했고, 증시 반등과 원유 상승에 베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도 2조4000억원 이상 쏟아부었다.

시가총액 상위주에 투자한 덕에 시장 방어 효과는 톡톡히 봤다. 3월 한 달 간 코스피 지수 낙폭은 11.69%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23% 빠졌던 것 대비 낙폭이 절반 수준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데 업종 대표주가 큰 역할을 한다"며 "개인이 시가총액 상위주 10개 중심으로 매수해 지수가 지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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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외주가 생기는 점은 문제다. 과거 2008년이나 2011년에는 증시가 급락하면 간접투자상품인 주식형펀드 자금이 늘어 시장 회복 국면에서 다양한 업종에 온기가 퍼지는 경향이 있었다. 공모펀드는 한 종목을 편입자산 내 10% 이상 담을 수 없어 고루 분산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번에는 소수 종목에 대한 직접투자가 이뤄지면서 개인 관심을 받지 못한 시가총액 20~30위 종목들은 우량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외국인 매도물량 대비 매수세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역대 최저 밸류에이션에 머무르고 있다. PBR(주가순자산비율) 0.4배 수준인 은행주나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이 대표적이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17조원 넘게 유입됐는데 이중 액티브주식형에 13조2900억원,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인덱스펀드에는 3조7300억원이 투자됐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연간 13조8200억원의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 자금 중 액티브펀드에 8조7600억원, 인덱스펀드에 5조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지난 3월 한 달 간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액 4조6100억원 중 99%인 4조5900억원이 인덱스펀드로 쏠렸다.

허필석 마이다스운용 대표는 "간접투자상품에 돈이 들어오면 저평가된 종목을 골고루 사게 될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매는 패시브 형태로 포진되는데, 개인 매수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쏠려 있어 그 사이에서 매물은 많은데 매수는 없는 어중간한 업종은 실적과 무관하게 수급 때문에 주가가 더 빠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개인 투자가 쏠린 일부 종목들에 외국인 매도세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외국인들이 시가총액 비중대로 기계적으로 파는데, 개인들이 삼성전자를 과매수하고 다른 종목을 안 사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만 높아지면, 이 종목을 더 팔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형주와 달리 단기매매차익을 노리고 테마를 탄 소형주에 투자한 이들은 원금 보전도 어려워질 수 있다. 허 대표는 "코스닥 시장에서는 여전히 바이오나 진단키트 사업만 걸었다 하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다 같이 빠졌을 때 더 큰 손실을 보기 쉬운 만큼 꼭 삼성전자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대표할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김사무엘 기자

개미 한달 순매수 11.5조…그 많은 돈은 어디서 왔나
"지금의 위기는 대박을 낼 기회다"

코로나19(COVID-19)에 증시가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대거 주식 매수에 나섰다.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풍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형주 위주로 저가 매수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차익금·예금 갖고 주식시장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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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 간 개인의 주식 순매수 금액은 11조49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2조8500억원을 팔아치우고 기관은 1600억원 순매수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있게 한 자금의 출처는 부동산과 예·적금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며 가계 자산 증가에 기여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8년 기준 1경2000조원으로 주식시장(1350조원)의 9배에 달한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78%에 이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 해에 비해 평균 5.99%가 올랐다. 특히 강남구는 25.57%, 서초구는 22.57%가 급등했다.

부동산 거래도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들이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반면 최근 정부가 연이어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내놓자 개인 자금은 부동산에서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값이 1년 만에 하락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값이 1년 만에 하락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은행에 쌓여있던 예금도 감소하고 있다. 보통 예금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5조원이 줄었고 정기예·적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8조원이 감소했다.

신용대출까지 받아서 주식을 투자하는 개인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지난달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3조11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110조8786억원)보다 2조2409억원(2.02%) 늘어난 수치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12.77%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가계대출 증가율도 전년동기 대비 각각 7.62%, 7.6%를 기록했다.

이렇게 풍부한 유동성을 가지고 개인들이 주식투자에 몰리는 데는 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데다, 경기 부진으로 임금 인상이 가파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과 임금 인상보다는 투자를 통해 부를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산 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은행 예금 만기 고객이 주식 투자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은행·증권 복합점포가 늘어나고 있고, 은행·증권 간 시너지 창출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개인 매수세가 일시적일 것 같지 않다"며 "저금리인데다가 정부가 부동산으로 투기를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나 미국 금융위기 등 주가가 폭락했을 때가 투자기회라는 학습효과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주식이 싸졌을 때 투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개미의 변화…주식 정보 접근성↑·저가 대형주 중심 매수

주식 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방송·신문과 같은 기존 매체뿐 아니라 각종 인터넷 카페와 유투브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났다. 또 과거 중·소형주에 집중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줄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로 대형주를 매수하고 있다.

과거엔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개인들이 받았을 때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았던 사례가 많았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을 가지고 장기 투자를 하지 않았고, 이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고 매도로 돌아선 후에야 증시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가 급하게 반등해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스피지수 1500 근처는 의미 있는 저점이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그는 "펀드나 랩어카운트 등 기관 자금도 과거에는 개인 돈이었다"며 "개인이 간접 투자하느냐 직접 투자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개인이 항상 실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다만 증시가 의미 있게 반등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경제 상황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급보다 중요한 게 경제 문제"라며 "코로나19로 가계 일자리가 위협받아 소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증시가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주간의 주가 회복을 가지고 (개인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지금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도 "외국인 등 다른 매수 주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며 "어느 시기가 지나면 외국인들이 다시 살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외국인이 매도한 이유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자산배분펀드, 알고리즘 펀드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자금 유출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외국인들은 다시 위험 자산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인지 기자, 강민수 기자

'동학개미' 수익실현 눈앞…외인·기관은 이미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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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에 맞서 코스피를 방어한 '동학개미'들의 선택은 옳았을까. 여전히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추정되지만 최근 주가 반등으로 수익 실현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일부 종목에서는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개인과는 다른 종목에 투자하며 이미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들이 매도한 종목을 주로 주워담은 개미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항상 시장에서 깨지기만 했던 개미가 '이번에는 다르다'를 외치지만, 이번에도 '호구' 잡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 인한 본격적인 폭락 기간이었던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개인은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코넥스) 9조624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4조581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개인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 규모(9조7482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코스피200 지수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KODEX 레버리지'도 이 기간 1조7199억원을 매수했고 현대차, SK하이닉스,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LG화학 등도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폭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매수가 이어지면서 개인의 평단가(평균 매수 단가)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개인의 공격적인 매수에 일각에선 무모하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평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진 가운데 최근 주가가 반등하면서 손익분기점에 접근했다.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개인의 삼성전자 평단가는 4만9533원으로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3.6%다. KODEX 레버리지의 31일 종가는 8720원으로 개인 평단가(8746원)에 약간 모자라다. 주가가 조금만 더 오르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종목은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최근 코스닥 시장이 급등한 덕분에 가격도 급등했고, 현재 수익률은 평단가 대비 15%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에서도 각각 3%, 3.2% 수익이 났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맞서 개인이 매수에 나선 상황을 19세기 동학농민운동에 빚대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개인이 매수한 종목 중에서는 외국인이 매도했던 종목이 많은데, 최근 주가가 반등하면서 '동학개미'가 이번엔 성투(성공한 투자)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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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선 저조한 수익률이다. 외국인이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배당을 재투자하는 방식의 ETF인 'TIGER MSCI Korea TR'인데, 이 기간 평단가는 8635원, 31일 종가는 9580원으로 10.9%의 수익률을 올렸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주가 폭락 기간 동안 외국인은 셀트리온 1826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19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평단가는 각각 16만7896원, 6만5139원이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추진에 주가가 급등했고 외국인은 두 종목에서 30% 이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 역시 이 기간 셀트리온 737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반면 개인은 2527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수익 실현의 기회를 놓쳤다. 기관은 엔씨소프트, NAVER,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로 수익을 올렸다.

김사무엘 기자, 강민수 기자, 한정수 기자

'동학개미운동'에 증권사는 웃지요
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위크여의도 증권가 / 사진=머니위크
증시 급락에 주식을 저가 매수하기 위해 신규 계좌를 만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4년 전부터 비대면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집에서도 손쉽게 주식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된 덕이다. 증권사들은 신규 투자자들이 펀드, ELS(주가연계증권)·DLS(파생결합증권) 등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관심이 확대할지 기대하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 5곳의 최근 한 달 간 신규 개설 계좌는 약 78만2000건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와 손잡은 NH투자증권이 32만6000건, 한국투자증권이 20만건으로 가장 많다. 기존 카카오뱅크 고객이면 별다른 추가 정보 없이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도 12만73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배가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11만건을 기록했다.

전체 예탁금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3월 말 기준 43조4600억원으로 한달 새에 12조2500억원이 늘었다. 전달 대비 약 40%가 급증한 것이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 일평균 신규 계좌수 대비 4~5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중 비대면이 80%로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비대면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이 허용된 2016년 2월 이후 최고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주식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20·30대의 신규 유입이 증가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통해 신규 개설된 계좌 중 20·30대 비율은 약 76%"라며 "카카오뱅크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량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전분기대비 51.8%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라고 말했다. 1분기 회전율도 228.3%로 전분기 대비 81%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도 39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식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가 신용거래, 펀드, ELS·DLS등 기타 상품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근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영업점 내방 고객 유입 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라며 "주식 관련 상담이 펀드 관련 상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점 고객의 경우 예탁 금액이 1000만 이상, 1억원 미만으로 자금 규모가 큰 경우는 드물지만 영업 환경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등 기타 자산의 수익률이 악화되고 증시가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에 자금이 더욱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전 연구원은 "유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주식 수익률이 기타 자산을 웃돌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 계속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불확실성에 IPO(기업 공개)나 M&A(인수·합병) 연기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 되면 증권사들의 전체 이익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증권사들의 IB(투자은행) 수익은 딜 연기와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 경색으로 전분기 대비 3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초 위험자산의 가격 급락으로 증권사들의 ELS·DLS 헷지손익도 악화돼 모든 증권회사의 수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김소연 기자

"30년 만에 이긴다"…글로벌 개미들의 '반란'
/사진=AFP/사진=AFP
폭락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미국과 일본에서도 감지됐다. 회복까지 그 시간을 버틸 수만 있다면 전문 투자자들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월 첫 2주 동안 외국계 자금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8330억엔(9조4855억원) 어치 순매도한 데 반해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7260억엔 어치 순매수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가 17.6% 떨어진 기간이다.

일본도 다른 글로벌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지난 1분기 큰 폭의 하락세를 겪었으며 지난달 19일 종가(1만6552.83)는 3년 4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일본 온라인 투자 중개업체 '모넥스'의 오키 마츠모토 대표는 "시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개인 증권 계좌 개설수도 기록적이었다. FT가 인용한 일본 마쓰이증권에 따르면 3월 신규계좌 개설 수는 월평균 대비 4배 급증했고 일본 5대 온라인 증권사에서 25만 명의 신규 투자자가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30~50세 사이였다. 기존에 증권 계좌를 보유했던 고객들로부터는 "휴면계좌는 어떻게 살리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기존에 400만 고객을 보유한 일본 2위 온라인 증권회사 라쿠텐 증권에서도 3월 신규 가입자가 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 증권사의 마사토시 키쿠치 전략가는 "일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한 가지 믿음은 아마추어가 장기간에 걸쳐 (투자한다면) 프로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은 미국에서도 감지됐다.

지난달 30일 악시오스는 '전문 투자자들은 팔고 엄마와 아빠(mom and pop)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딥(Dip·하락)을 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증권사 찰스 슈왑의 제프리 클라인탑 수석 글로벌 투자 전략가를 인용, "지난 주말까지 패시브 에쿼티 ETF(상장지수펀드)로의 200억달러(24조6000억원) 순유입이 있었다"며 "트레이더, 기관, 컴퓨터 알고리즘에서 비롯된 매도가 큰 것은 명백하지만 이 시장의 안정 요인 중 하나는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보도했다.

클라인탑 전략가는 이어 "이번 하강에서 매우 독특한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주식 매수(buy stock)'과 같은 단어가 급증했는데 검색어는 3월15~21일 기준 약 한 달 전에 비해 5배나 올랐다.

악시오스는 "지난 30년 동안 시계처럼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이 바닥을 치고 회복이 진행될 때 매도했고 시장이 절정에 달하거나 하락하기 시작할 때야 매수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살 때란 오히려 '팔아야 할 때'란 반대 신호를 줬었다"다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정보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는 폭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행동에 대해 "'남들이 욕심낼 때를 두려워하고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리라'는 워렌 버핏의 격언을 따르고 있다"며 "그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추가 중"이라고 진단했다.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폭락장에서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와 같은 인기 대형주에 투자하는 한편 2배 규모 단기 변동성을 이용하는 ETF나 TVIX(VIX 선물지수를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채권)에 마저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ETF 운용사 뱅가드는 보고서를 통해 "전문가들이 주식, 석유, 심지어 금이나 채권같은 안전자산마저 매각할 때도 아마투어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짐을 유지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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