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도 반도체 생산 증가, 왜?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4.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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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코로나19 사태 충격 희비, 반도체 생산 증가 vs 자동차 생산 감소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반도체 생산 증가, 왜?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가 경제지표들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3.5%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6.0%, 설비투자는 –4.8%, 건설기성은 –3.4%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더욱이 지난 1월에 설 연휴가 끼어 있었음을 감안하면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이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산업과 자동차산업의 희비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2월 전체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4.1% 감소했지만 반도체산업은 3.1% 증가했고 반면 자동차산업은 –27.8%의 크게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 1월에 3.3% 증가한 데 이어 2월에도 3,1%의 증가세를 연이어 기록하면서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살아있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

지난해 급락했던 반도체 가격이 지난 연말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올해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서버 증설과 스마트폰 신상품 출시 및 PC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반도체 경기는 지난해보다는 소폭이나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까지는 지배적이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와 게임, 온라인 수업, 화상 회의 등 IT와 멀티미디어 첨단기기의 필요가 부각되면서 반도체 산업 관련 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출 실적으로 보더라도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해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됐다.

반면 자동차산업은 중국 우한지역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자동차 배선 관련 중국산 부품 수입이 지연되고 재고 부족을 겪으면서 공장의 조업까지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심리까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동차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겹쳐 지난 2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1.7% 감소한 8만1722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과 비교할 때 -17.9%나 급감한 수치다.


결국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자동차 부문의 생산과 소비 모두 타격을 입으면서 전월 대비 국내 자동차 생산 지수는 2006년 7월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코로나19의 충격은 단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급격히 확산되자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의 해외 생산기지가 잇따라 조업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 9개 국가에서 14개 완성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을 멈췄거나 셧다운 예정인 곳이 무려 9곳에 달하고 있으며, 정상 가동 중인 해외 생산기지는 중국 베이징·충칭·쓰촨·옌청 공장 등 단 4곳뿐이다.

현대차는 이번 셧다운으로 314만대 수준인 글로벌 생산능력이 121만대로 감소했고, 기아차도 202만대 수준에서 75만대로 전체 생산규모가 크게 줄었다. 특히 해외공장들이 대부분 조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그나마 현재 정상 조업 중인 국내 공장에서의 수출까지 줄어들게 될 경우 그 충격은 훨씬 커질 수 있다. 1분기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5%로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증시 성적표를 보면 자동차산업의 충격은 좀더 명확해 보인다. 국내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 주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연초 13만원 중반대였던 주가가 3월 중순엔 6만5900원까지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차도 연초 4만원 대였던 주가가 역시 3월에 절반 수준인 2만1500원 수준까지 떨어져 2010년 이후 거의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반도체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연초 6만2400원까지 상승한 주가가 3월에 4만2500원까지 약 32%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5월 월 주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연초 10만원을 돌파했던 주가가 6만9400원까지 31%정도 급락했는데 이 또한 지난해 6월 주가 수준이었다.

물론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게 아니고,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줄고 서버 증설 지연 가능성 등으로 상승세에 있는 반도체 가격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반도체 생산도 다시 부진에 빠질 수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충격에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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