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이긴다"…글로벌 개미들의 '반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4.01 18:40
글자크기
/사진=AFP/사진=AFP


폭락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미국과 일본에서도 감지됐다. 회복까지 그 시간을 버틸 수만 있다면 전문 투자자들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월 첫 2주 동안 외국계 자금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8330억엔(9조4855억원) 어치 순매도한 데 반해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7260억엔 어치 순매수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가 17.6% 떨어진 기간이다.



일본도 다른 글로벌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지난 1분기 큰 폭의 하락세를 겪었으며 지난달 19일 종가(1만6552.83)는 3년 4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일본 온라인 투자 중개업체 '모넥스'의 오키 마츠모토 대표는 "시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개인 증권 계좌 개설수도 기록적이었다. FT가 인용한 일본 마쓰이증권에 따르면 3월 신규계좌 개설 수는 월평균 대비 4배 급증했고 일본 5대 온라인 증권사에서 25만 명의 신규 투자자가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30~50세 사이였다. 기존에 증권 계좌를 보유했던 고객들로부터는 "휴면계좌는 어떻게 살리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기존에 400만 고객을 보유한 일본 2위 온라인 증권회사 라쿠텐 증권에서도 3월 신규 가입자가 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 증권사의 마사토시 키쿠치 전략가는 "일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한 가지 믿음은 아마추어가 장기간에 걸쳐 (투자한다면) 프로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은 미국에서도 감지됐다.

지난달 30일 악시오스는 '전문 투자자들은 팔고 엄마와 아빠(mom and pop)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딥(Dip·하락)을 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증권사 찰스 슈왑의 제프리 클라인탑 수석 글로벌 투자 전략가를 인용, "지난 주말까지 패시브 에쿼티 ETF(상장지수펀드)로의 200억달러(24조6000억원) 순유입이 있었다"며 "트레이더, 기관, 컴퓨터 알고리즘에서 비롯된 매도가 큰 것은 명백하지만 이 시장의 안정 요인 중 하나는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보도했다.

클라인탑 전략가는 이어 "이번 하강에서 매우 독특한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주식 매수(buy stock)'과 같은 단어가 급증했는데 검색어는 3월15~21일 기준 약 한 달 전에 비해 5배나 올랐다.

악시오스는 "지난 30년 동안 시계처럼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이 바닥을 치고 회복이 진행될 때 매도했고 시장이 절정에 달하거나 하락하기 시작할 때야 매수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살 때란 오히려 '팔아야 할 때'란 반대 신호를 줬었다"다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정보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는 폭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행동에 대해 "'남들이 욕심낼 때를 두려워하고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리라'는 워렌 버핏의 격언을 따르고 있다"며 "그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추가 중"이라고 진단했다.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폭락장에서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와 같은 인기 대형주에 투자하는 한편 2배 규모 단기 변동성을 이용하는 ETF나 TVIX(VIX 선물지수를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채권)에 마저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ETF 운용사 뱅가드는 보고서를 통해 "전문가들이 주식, 석유, 심지어 금이나 채권같은 안전자산마저 매각할 때도 아마투어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짐을 유지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