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소외돼 억울? 결국 상위30%가 낼 세금이다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20.04.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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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30% 조세부담 높아 '조삼모사'될 가능성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국민 전체로 확대해도 소득상위 30%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소득세 대부분을 상위 30%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받아도 결국 조세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재정부담이 가중되면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세율을 확대하는 '핀셋증세' 주장이 중장기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재난지원금 지원대상 소득기준과 관련해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며 "다음주 이른 시기에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소득기준 세부 가이드라인 제공시기를 언급한 것은 소득하위 70%선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하위 70%에 대해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개별가구 수혜여부에 쏠렸다. 소득인정액을 알 수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 '복지로' 사이트에는 수만명이 몰리기도 했다.

소득상위 30%에 속하는 것이 분명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렵긴 마찬가진데 재난지원금 수혜대상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상위 30%에 한해서는 재난지원금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고소득층이 종합소득세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어, 당장 지원금을 받더라도 결국 나중에 그들이 내야할 세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상위 0~10% 종합소득세 결정세액 비중이 86.4%를 차지했다. 상위 10~20%는 7.5%, 상위 20~30%는 3.1%다. 상위 30%가 낸 종합소득세 비중이 전체 세액 중 97%를 차지한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재난지원금 총 규모는 9조원이 조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 30%까지 지급을 확대하는 경우 약 3조8500억원 규모 추가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상위 30%에 해당하는 600만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약 64만원 규모 세부담이 발생한다. 가구당 최대 100만원 규모 지원금에서 세부담을 제하면 실제 수혜를 보는 금액은 가구당 약 35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재정압박으로 증세론이 불거질수도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1.551%를 기록했다. 해당 금리를 적용하면 상위 30%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매년 약 598억원 규모 이자비용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채이자를 조세로 마련한 예산으로 지불해야 하고, 결국 재정압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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