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세계 M&A도 멈췄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4.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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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M&A 거래 규모 7년 만에 최저

/사진=AFP/사진=AFP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현금보유가 중요해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나 확장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2주 사이 전세계 인수합병 건수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올해 1분기 M&A 규모는 전년 대비 33% 감소한 5717억달러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분기 M&A 거래 감소는 미국에서 두드러졌다. 전체적으로 미국에서 1분기 중 기업들의 M&A는 전년 대비 51% 감소한 2001억달러에 그쳤다.



스티븐 바로노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M&A 대표는 "최고경영자나 이사회의 투자심리, 자금조달원이나 주가 등 거의 모든 변수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법무법인 킹앤드스팔딩의 제임스 울러리 M&A 대표는 "지금은 현금이 왕"이라면서 M&A를 추진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무기기 제조사 제록스도 PC, 프린터 제조업체 HP의 적대적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제록스는 이날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인수 계획과 HP 이사회 장악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록스는 "현재 공중보건 비상 상황과 이로 인한 시장 침체로 더이상 인수를 진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현금과 주식교환을 통해 HP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제록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당시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40억달러 수준이다. 240억달러를 은행권에서 조달해 인수대금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주와 투자자는 만나기도 어렵다.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다. 미 정유업체 마라톤페트롤리엄은 지난달 산하 주유소 브랜드 스피드웨이를 220억달러(27조원)에 일본 업체에 넘긴다고 밝혔으나 이달 들어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페인트 제조업체 액솔타도 미 도료업체 PPG와 사모펀드 클레이톤더빌리어 연합에 회사를 팔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으나 지난 3월말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WSJ는 "월가의 가장 큰 돈벌이 중 하나인 M&A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M&A와 IPO에 대해 기업에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골드만삭스 그룹의 투자은행 부문은 지난해 회사 수익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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