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한달 순매수 11.5조…그 많은 돈은 어디서 왔나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강민수 기자 2020.04.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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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동학개미운동의 명과암③

편집자주 올해 급락장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개미였다. 일부 빚 내 투자하기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신용을 내지 않고 현금투자를 해 버티는 힘이 강해졌다. 우량주 위주로 매수해 연기금 패턴을 닮은 것도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동학개미'로 인한 시장 왜곡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국내 증시 전광판 2020.3.13/뉴스1(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국내 증시 전광판 2020.3.13/뉴스1


"지금의 위기는 대박을 낼 기회다"

코로나19(COVID-19)에 증시가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대거 주식 매수에 나섰다.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풍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형주 위주로 저가 매수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차익금·예금 갖고 주식시장 온다
개미 한달 순매수 11.5조…그 많은 돈은 어디서 왔나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 간 개인의 주식 순매수 금액은 11조49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2조8500억원을 팔아치우고 기관은 1600억원 순매수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있게 한 자금의 출처는 부동산과 예·적금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며 가계 자산 증가에 기여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8년 기준 1경2000조원으로 주식시장(1350조원)의 9배에 달한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78%에 이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 해에 비해 평균 5.99%가 올랐다. 특히 강남구는 25.57%, 서초구는 22.57%가 급등했다.

부동산 거래도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들이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반면 최근 정부가 연이어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내놓자 개인 자금은 부동산에서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값이 1년 만에 하락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값이 1년 만에 하락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은행에 쌓여있던 예금도 감소하고 있다. 보통 예금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5조원이 줄었고 정기예·적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8조원이 감소했다.

이렇게 풍부한 유동성을 가지고 개인들이 주식투자에 몰리는 데는 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데다, 경기 부진으로 임금 인상이 가파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과 임금 인상보다는 투자를 통해 부를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산 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은행 예금 만기 고객이 주식 투자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은행·증권 복합점포가 늘어나고 있고, 은행·증권 간 시너지 창출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개인 매수세가 일시적일 것 같지 않다"며 "저금리인데다가 정부가 부동산으로 투기를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나 미국 금융위기 등 주가가 폭락했을 때가 투자기회라는 학습효과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주식이 싸졌을 때 투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개미의 변화…주식 정보 접근성↑·저가 대형주 중심 매수
주식 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방송·신문과 같은 기존 매체뿐 아니라 각종 인터넷 카페와 유투브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났다. 또 과거 중·소형주에 집중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줄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로 대형주를 매수하고 있다.

과거엔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개인들이 받았을 때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았던 사례가 많았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을 가지고 장기 투자를 하지 않았고, 이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고 매도로 돌아선 후에야 증시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가 급하게 반등해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스피지수 1500 근처는 의미 있는 저점이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그는 "펀드나 랩어카운트 등 기관 자금도 과거에는 개인 돈이었다"며 "개인이 간접 투자하느냐 직접 투자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개인이 항상 실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다만 증시가 의미 있게 반등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경제 상황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급보다 중요한 게 경제 문제"라며 "코로나19로 가계 일자리가 위협받아 소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증시가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주간의 주가 회복을 가지고 (개인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지금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도 "외국인 등 다른 매수 주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며 "어느 시기가 지나면 외국인들이 다시 살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외국인이 매도한 이유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자산배분펀드, 알고리즘 펀드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자금 유출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외국인들은 다시 위험 자산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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