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 보험업계는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의 삼중고에 영업환경까지 열악한 상황이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회사별로 수천억원씩 자본을 쌓는 숙제도 남아 있다. 거기에 코로나19(COVID-19)까지 겹쳤다.
교보생명은 악재가 하나 더 있다.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FI(재무적투자자)들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와 관련한 중재 소송을 벌이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보태졌다.
지배구조 리스크는 그렇지 않아도 어렵던 영업을 더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교보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6110억원에서 2018년 5066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 2019년 5212억원으로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채권매각으로 인한 처분 이익이 대거 반영됐다. 과거에 사둔 고금리 채권을 팔아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채권매각 처분이익은 약 3000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순이익 규모는 크게 준다.
영업 부진 신호는 올 들어서 더 감지된다. 교보생명은 ‘빅3’ 중 유일하게 예정이율 인하를 오는 13일로 연기했다. 예정이율을 낮추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낮추기 전에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며 절판 마케팅을 벌인다. 교보생명은 예정이율 인하를 연기해 약 2주간 절판 마케팅을 더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미 지난 1일자로 예정이율을 낮췄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과 FI 간 분쟁이 발생한 후 신계약 매출 부진 등 교보생명의 영업력이 약화됐다”며 “예정이율 인하를 연기한 것도 며칠이라도 더 절판 마케팅을 연장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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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기업공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상장이 쉽지 않은 데다 최근 시장 상황도 나빠졌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상장 생보사들의 주가는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장에 대해서는 늘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장 상황 등을 살피며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중재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구체적으로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