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동지에서 적으로, 교보생명-FI '2조원 풋옵션' 전쟁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4.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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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FI(재무적투자자)들과 2조원대 역대급 중재소송을 벌이고 있다. 우군이었던 이들은 왜 적이 됐을까. 소송 결과에 따라 교보생명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질까. 쟁점을 짚어보고 결과를 전망해 본다.

[MT리포트]동지에서 적으로, 교보생명-FI '2조원 풋옵션' 전쟁


우호적 관계에서 적대적 관계로 바뀐 지 3년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재무적투자자)가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가격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점증되고 있다.



양측이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 소송을 진행중인 가운데 교보생명이 최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당국에 고발했다. 풋옵션의 공정시장가격을 자의적으로 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생명은 또 딜로이트안진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뒤흔든 풋옵션 전쟁, 무슨일이
양측의 시작은 좋았다. 2012년 9월 FI는 신 회장의 든든한 ‘백기사’로 등장했다. 신 회장이 선친인 고 신용호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교보생명 지분을 물려 받는 과정에서 1800억원의 상속세 납부 등으로 지분이 줄어든 시점이었다.



신 회장 개인 지분율만 45%, 특수관계인 지분율까지 합치면 64.5%에 달하던 지분율이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40%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된 것. 그러던 차에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가 팔려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리자 신 회장이 어피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어피니티컨소시엄을 FI로 끌어들였다.

FI는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이때 2015년 9월까지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SHA)을 맺었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백기사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지금 부메랑이 돼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교보생명에 IPO를 서둘러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과 증시 상황 등을 이유로 장고를 거듭하다 약속된 기한 3년을 넘겼고, 추가로 3년을 더 보냈다. 투자금 회수가 급해진 FI는 결국 2018년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신 회장은 뒤늦게 IPO를 진행하겠다며 FI를 말렸지만 한번 등을 돌린 FI는 강경했다. 당시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IPO를 하더라도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FI는 계약대로 신 회장이 지분을 도로 사가라며 풋옵션 가격을 1주당 40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신 회장은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가 떨어져 20만원 중반대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약 8000억원대 가격 격차가 를 줄이는 데 실패한 양측은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빠르면 연내 중재소송 결판…분주해진 교보생명

양측은 지난해 10월부터 1차 서면 변론을 시작했고 올 상반기 중 2차 서면 변론을 하게 된다. 오는 9월 첫 대면 변론을 거쳐 심리가 이뤄지면 빠르면 연내, 늦으면 내년 상반기 내에 풋옵션 행사 가격의 적정성을 포함해 중재 결정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 결정은 법원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중재 결정은 교보생명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상사중재원이 신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면 신 회장은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상당량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특히 FI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날 경우 풋옵션 행사 이후 소송 기간 동안의 지연이자도 추가로 줘야 해 신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당초 대주주 개인의 일이라며 회사 차원의 대응을 하지 않던 교보생명도 소송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딜로이트안진을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앞으로는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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