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뒤흔든 풋옵션 전쟁, 무슨일이양측의 시작은 좋았다. 2012년 9월 FI는 신 회장의 든든한 ‘백기사’로 등장했다. 신 회장이 선친인 고 신용호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교보생명 지분을 물려 받는 과정에서 1800억원의 상속세 납부 등으로 지분이 줄어든 시점이었다.
FI는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이때 2015년 9월까지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SHA)을 맺었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백기사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지금 부메랑이 돼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교보생명에 IPO를 서둘러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과 증시 상황 등을 이유로 장고를 거듭하다 약속된 기한 3년을 넘겼고, 추가로 3년을 더 보냈다. 투자금 회수가 급해진 FI는 결국 2018년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신 회장은 뒤늦게 IPO를 진행하겠다며 FI를 말렸지만 한번 등을 돌린 FI는 강경했다. 당시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IPO를 하더라도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FI는 계약대로 신 회장이 지분을 도로 사가라며 풋옵션 가격을 1주당 40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신 회장은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가 떨어져 20만원 중반대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약 8000억원대 가격 격차가 를 줄이는 데 실패한 양측은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빠르면 연내 중재소송 결판…분주해진 교보생명
양측은 지난해 10월부터 1차 서면 변론을 시작했고 올 상반기 중 2차 서면 변론을 하게 된다. 오는 9월 첫 대면 변론을 거쳐 심리가 이뤄지면 빠르면 연내, 늦으면 내년 상반기 내에 풋옵션 행사 가격의 적정성을 포함해 중재 결정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 결정은 법원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중재 결정은 교보생명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상사중재원이 신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면 신 회장은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상당량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특히 FI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날 경우 풋옵션 행사 이후 소송 기간 동안의 지연이자도 추가로 줘야 해 신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당초 대주주 개인의 일이라며 회사 차원의 대응을 하지 않던 교보생명도 소송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딜로이트안진을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앞으로는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