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해 보험금 5억…'나이롱 환자'로 판결 뒤집힌 까닭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04.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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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11년 간 보험계약 36건 체결…1834일 간 입원해 5억3000만원 수령

/사진=뉴스1/사진=뉴스1


5년 넘는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면서 5억3000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타간 여성이 보험료를 토해낼 위기에 놓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화손해보험이 보험가입자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본인을 피보험자로 15개 보험사와 36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 동안 이씨는 약 1834일 동안 식도염, 위궤양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입원일당 보험을 통해 5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입원기간만 따지면 약 5년 동안 연 평균 1억원의 보험금을 받아간 셈이다. 한화손보는 이씨가 보험금을 부정수급하고 있다고 보고 이씨를 상대로 그동안 지급한 보험금 24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이씨 쪽 손을 들어줬다. 이씨가 가입한 보험 36건 중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보험은 11건이고 나머지 25건은 연금보험이나 후유장해·사망보험 등 입원일당과 상관없는 상품들인 점, 오랜 기간 여러 건에 가입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보험금을 노리고 '나이롱 환자' 행세를 하려 했다면 환자 행세를 하기 전 입원일당이 보장되는 상품에 집중 가입했을 텐데, 오랜 기간 여러 종류의 상품을 계약한 것으로 볼 때 이씨를 나이롱 환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가입한 보험계약들의 내용을 보면 모두 연금보험, 암보험, 사망보험, 입원일당을 지급하는 보장성보험 등 다양해 각 보험계약마다 보장내용에 차이가 있다"며 "입원일당 지급과 같이 일부 보장내용이 중복된다는 점만으로 부정한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씨가 특별한 직업도 없이 36건의 보험에 가입해 월 153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했다는 점, 2009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1년4개월 사이 입원일당 보험계약을 7건이나 체결한 점을 보면 이씨를 부정수급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대법원은 이씨가 한화손보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작성한 질문지에 '동종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 '최근 3개월 동안 입원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확인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씨는 이때도 병원에 입원해 4개 보험사로부터 입원일당을 받고 있었다.

보험료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 가입했을 뿐이라는 이씨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이씨가 암자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로 인한 수입의 발생 여부와 액수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씨가) 보험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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