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에서 열린 제29차 정기주주총회에서 SK 장동현 대표이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까지 정기 주총을 개최한 기업 중 127개사에 대한 사전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했는데 이 중 46개사의 안건 80개에 대해 반대 또는 기권표를 행사했다. 이사·감사 등 선임안이나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 및 정관변경 등에 대한 반대였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입김은 이번 주총에서 하나도 반영되지 못했다. 80개 안건 모두가 가결됐다.
그럼에도 종이 호랑이라고 비웃기에는 아직 이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통과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요건에 따라 국민연금의 압박이 조금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지속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음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최근 5년 내 이사·감사(감사위원) 선임안 중 동일한 사유로 2회 이상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중 개선 여지, 반대의결권 행사횟수, 보유비중 등을 고려해 수탁자 책임활동 대상기업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4개 유형에서도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기업 중 기업 안팎 상황 등을 고려해 수탁자 책임 대상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국민연금은 올해 효성의 조현준 회장과 조현준 사장에 대해 각각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 우려' 등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2018년에도 국민연금은 이들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이력이 있다. 올해 LS산전이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추천한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에 대해 국민연금은 올해 외에도 2017년에도 "연구용역 등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한 독립성 취약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었다. 이들 안건들은 국민연금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두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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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민연금은 중점관리 사안을 이유로 수탁자 책임활동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으로 지정해 개선을 요구한 후 개선의 여지가 없을 때 공개 중점관리 대상기업으로 재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국민연금은 주총에 주주로서 주주제안 등 보다 적극적 방식의 주주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ESG 등 비재무적인 경영요소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한 기업인 경우 국민연금은 일단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으로 지정해 상황을 판단한 후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바로 주주제안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