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집착 때문에…" 뒤늦은 일본 아베의 경기부양과 방역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20.04.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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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4월이 돼서야 뒤늦게 경기부양책과 긴급사태 내놓는 아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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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이후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늘고 있다. 올림픽 연기 전에는 일일 감염자수가 10~20명 수준이었으나 25일 96명으로 늘어났고 27일부터는 100명을 넘었다.

그동안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고의로 코로나19 검사를 늦추고 숫자를 줄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일본의 확진자수가 적은 이유가 검사를 적게 한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일본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확진자를 일본내 확진자수와 분리했고 확진 환자와 구별해 무증상 병원체 보유자, 양성 확정 사례를 따로 집계하면서 확진자 수를 애써 적게 보이려 노력했다.



30일 오전10시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 승무원 712명을 포함해 2605명으로 지난주보다 792명 증가했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커졌다. 도쿄는 지난주보다 292명 늘어난 430명으로 가장 크게 늘었으며 오사카 208명, 홋카이도 175명 순이다. 같은 날 더 유랑자의 멤버이자 탤런트인 시무라 켄(70세)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일본 연예계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후생노동성은 가구당 소득과 취업 상황을 조사하는 ‘국민생활기초조사’를 1986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전면 중단했다. 조사실무를 담당하는 보건소가 코로나19 대응하기도 바빠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부 지역은 감염이 확대되고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앞으로 어딘가에서 폭발적인 확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달 29일 도쿄의 경우 감염자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확진자 68명 중 감염경로를 모르는 사람이 26명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행동력 있는 젊은 사람은 감염 자각이 없이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밀폐 및 밀집된 장소에 나가지 말라“고 호소했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기 전까지 자국 감염은 무시한 채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만 막았다. 당시 확진자수가 많았던 두 나라 입국자를 봉쇄하면서까지 반드시 치러야만 했던 올림픽이었다. 그만큼 아베와 일본에게는 도쿄올림픽이 정치, 경제적 곤궁의 타개책으로 절실했다. 2018년부터 다시 하락세로 접어든 일본 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한 수단이 올림픽 특수였다. 올림픽이 취소되면 직간접으로 일본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최대 30조엔(3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쿄올림픽은 연기됐다. 그나마 1년 연기가 취소보다는 낫다고 안도했지만 일본 내 경제 전문가들은 7조엔 이상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측했다. 도쿄올림픽 이후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라는 의도까지 틀어져 궤도를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올림픽 연기 후 아베에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경기부양을 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에 아베는 ‘거대 경기부양책’과 ‘긴급조치’라는 두 가지 수단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베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10일 정도 안에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웃도는 긴급 경제대책 수립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는 경제 대책이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자민당은 기업의 자금조달 지원과 가계의 현금 급여를 중심으로 리먼 사태 때를 웃도는 60조엔(677조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4월에 긴급사태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13일 ‘신종플루 등 대책 특별조치법’(2012년) 개정안이 통과돼 코로나19를 대상항목으로 추가했다. 이 법에 의해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하면 특정된 지역의 지사는 다양한 요구와 지시가 가능하다. 최근 도쿄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전제조건이 충족된 상황이다. 30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은 도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대되는 것에 대해 "현재 긴급사태 선언에 이르기 전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아베는 올림픽에 집착하면서 일본 내 코로나19 방역에 소홀히 하고 4월이 돼서야 뒤늦게 허둥지둥 경기부양책과 긴급사태를 선언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국민 건강에 독이 됐고 경기 회복도 늦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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