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벌어 470만원, 빚 2억…저희 상위 30% 인가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0.03.3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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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갚으려, 세금 꼬박꼬박내가며 열심히 살았는데 제외 '박탈감' 호소

"둘이 벌어 470만원, 빚 2억…저희 상위 30% 인가요?"


"둘이 벌어 470만원, 빚은 2억원입니다. 저희 상위 30%인가요?"(맞벌이 남편 김모씨(38))



맞벌이 부부가 뿔났다. 30일에 발표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방침 때문이다. 단순히 지원을 못 받아서가 아니다. 사정이 더 어려운 이들에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도, 배 아픈 것도 아니다.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엔 좀 더 복잡한 애환이 얽혀있다.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빚이 산더미…"소득이 다 인가요?"
우선 빚에 대한 부분이다. 대출에 따른 원금·이자를 갚느라 어떻게든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다.



결혼 2년차인 유모씨(33)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 1억8000만원을 받았다. 그것도 사실상 집값이 치솟아 '울며 겨자먹기'로 샀다. 이에 따른 원금·이자가 한 달에 120만원 정도 나간다.

유씨와 아내 모두 중소기업에 다니며 매달 착실히 갚고 있다. 부부의 월소득은 세후 450만원 정도다. 유씨가 250만원, 아내가 200만원 정도 번다. 유씨 홀로 벌면 생활비조차 빠듯해져서,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씨 직장 동기는 집을 사며 대출을 받지 않았다. 부모 지원이 있었다. 아내는 일을 안 한다. 그래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유씨는 "아내가 수술 받았을 때도, 2주 쉬고 바로 출근하며 돈을 벌었다"며 "긴급재난지원금 받는다고 자랑하는데, 속으로 울컥했다.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워킹맘' 신모씨 "꾸역꾸역 열심히 살았는데…"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또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잘 살려 열심히 일한 것뿐"인 이들의 박탈감이다.

'워킹맘' 신모씨(35)는 출산한 지 두 달만에 직장을 다시 나갔다. 친정 어머니에, 시어머니 도움으로 어떻게든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일했다. 아이가 아침에 엉엉 울어도,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이 위험하다고 해도 마스크를 써가며 빠짐없이 나갔다. 빚이 2억원, 남편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녔다. 열심히 살면, 사정이 나아지겠지란 마음 뿐이었다.

신씨는 남편과 월급을 합치면,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니다. 그는 "꾸역꾸역 열심히 살며, 세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정작 이럴 땐 소외됐단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고등학교 친구는 외벌이에 맨날 SNS에 사진만 올리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열심히 사는 게 바보"라고 했다.

신씨는 "직장에선 코로나19 때문에 월급을 삭감한다는 둥 얘기가 나온다. 상위 30%에 해당한다고 해도 힘든 것 마찬가지"라며 "재난은 다 같이 어려운 건데, 열심히 사는 '유리통장' 월급쟁이들만 소외시키는 게 맞느냐"고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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