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부부가 뿔났다. 30일에 발표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방침 때문이다. 단순히 지원을 못 받아서가 아니다. 사정이 더 어려운 이들에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도, 배 아픈 것도 아니다.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엔 좀 더 복잡한 애환이 얽혀있다.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빚이 산더미…"소득이 다 인가요?"우선 빚에 대한 부분이다. 대출에 따른 원금·이자를 갚느라 어떻게든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다.
유씨와 아내 모두 중소기업에 다니며 매달 착실히 갚고 있다. 부부의 월소득은 세후 450만원 정도다. 유씨가 250만원, 아내가 200만원 정도 번다. 유씨 홀로 벌면 생활비조차 빠듯해져서,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씨 직장 동기는 집을 사며 대출을 받지 않았다. 부모 지원이 있었다. 아내는 일을 안 한다. 그래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유씨는 "아내가 수술 받았을 때도, 2주 쉬고 바로 출근하며 돈을 벌었다"며 "긴급재난지원금 받는다고 자랑하는데, 속으로 울컥했다.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워킹맘' 신모씨 "꾸역꾸역 열심히 살았는데…"

'워킹맘' 신모씨(35)는 출산한 지 두 달만에 직장을 다시 나갔다. 친정 어머니에, 시어머니 도움으로 어떻게든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일했다. 아이가 아침에 엉엉 울어도,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이 위험하다고 해도 마스크를 써가며 빠짐없이 나갔다. 빚이 2억원, 남편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녔다. 열심히 살면, 사정이 나아지겠지란 마음 뿐이었다.
신씨는 남편과 월급을 합치면,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니다. 그는 "꾸역꾸역 열심히 살며, 세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정작 이럴 땐 소외됐단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고등학교 친구는 외벌이에 맨날 SNS에 사진만 올리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열심히 사는 게 바보"라고 했다.
신씨는 "직장에선 코로나19 때문에 월급을 삭감한다는 둥 얘기가 나온다. 상위 30%에 해당한다고 해도 힘든 것 마찬가지"라며 "재난은 다 같이 어려운 건데, 열심히 사는 '유리통장' 월급쟁이들만 소외시키는 게 맞느냐"고 허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