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출 90% '뚝'…을지로 간판업체 "IMF때보다 더 힘들어"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0.04.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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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전년대비 90% 넘게 줄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듭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IMF나, 금융위기보다 세네요. 총선 물량도 없습니다."(서울 종로구 옥외광고업체 A사 대표)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옥외광고 업체 전경./사진=이재윤 기자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옥외광고 업체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지난 30일 찾은 서울 을지로3가 일대 옥외광고(간판) 업체들은 코로나19로 급격히 떨어진 매출에 곡소리를 냈다. 광고기획에서 실사출력·현수막, 아크릴·LED(발광다이오드) 간판제작 등 관련 소상공인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위기감이 팽배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까지 옥외광고 업계에 타격을 입혔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행사뿐만 아니라 식당, 옷가게 등 영세상인들의 타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오는 4·15 총선거 특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옥외광고 성수기인 최근 일거리가 전년대비 50% 넘게 줄었다. 특히 실사출력이나 현수막 등 소위 생활간판 제조업체들은 같은 기간 매출이 70~90%가량 떨어졌을 정도로 타격이 컸다.



20년 간 을지로에서 실사출력 업체를 운영한 B사 대표는 "이런 상황은 사업하면서 처음 겪는다"며 "임대료나 직원들 월급 줄 여력도 없다. 생활비 가져갈 생각도 못한다"며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인건비를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을지로 일대 상가 평균 월 임대료는 계약면적 50평(165㎡) 기준 보증금 1억원에 400~500만원 안팎이다. 지상 1층이나, 지하철역에 가깝다면 면적에 따라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을 넘는다.

서울 중구 내 옥외광고 업체 내부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서울 중구 내 옥외광고 업체 내부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
"IMF 때도 일감 있었는데…이런 불황 처음"
코로나19 여파로 옥외광고업이 '불황에 강하다'는 말도 맞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 창업과 홍보가 크게 줄면서 고스란히 옥외광고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광고를 늘려 고객을 늘리려는 시도 자체도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를 하려는 건 그래도 어느 정도 경기가 유지될 때 얘기"라며 "앞으로 2~3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보증금 다 까먹고 문 닫는 업체들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대다수 옥외광고업체도 영세상인들이다. 행정안전부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부설 한국옥외광고센터에 따르면 국내 연간 옥외광고 산업규모는 3조원 가량이며, 이중 10억원 이하 소규모 업체 매출이 5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을 정면으로 받은 대구는 더욱 심각하다. 대구에서 30년 넘게 옥외광고업체를 운영 중인 박석규 한국옥외광고협회 부회장(비앤비광고사 대표)은 "IMF 때도 간판 작업은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부회장은 이어 "대구시내 많은 상가들이 휴업상태고, 이런 상황이 3달 넘게 이어지면 전체의 60%가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까지 돈다"며 "옥외광고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간판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구 전경./사진=이재윤 기자간판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구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자금지원 문턱 높아, 공공 발주 낙수효과 '미지수'
옥외광고 업체들은 직접적인 자금지원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고, 지원규모도 적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자금 지원이 빨리 이뤄지는 게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도 받을 수 있는 금액도 1000만원 정도로 적다보니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대료 인하를 위한 관심도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 사무실 등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임대료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당장 상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임대료 인하다. 여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나 정부의 옥외광고 조기 발주 물량도 낙수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C업체 대표는 "정부계약 업체는 대형 광고기획사인 경우가 많다. 이들도 일거리가 없어서 작은 업체까진 내려오긴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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