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진영의식은 ‘표현의 자유’조차 선별적으로 취한다. 공직선거법이 이를 부추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조항 때문에 궤변에 들러리를 세운다.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의 사과와 고발 취하로 일단락됐지만 언론중재위원회는 경향신문에 공직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공정보도의무’를 위반했다며 ‘권고’ 처분했다.
4·15총선을 앞두고 특정정당을 찍지 말자는 주장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 행위와 아닌 행위를 구분하고 있다. 이법은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네가지 경우에 투표참여 권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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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인데 임 교수의 칼럼은 투표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반대투표를 종용해 사실상 투표참여 권유가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당을 겨냥해 얘기했지 특정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으로 볼 가능성이 낮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칼럼을 게재한 1월28일은 각 정당의 총선 후보자 최종명단도 나오지 않은 시기다. ‘선거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범죄도 성립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국민 여러분께서 열린우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시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총선 개입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당에 지지 발언을 한 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지난 2016년 권선택 대전시장의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하면서 금지된 ‘선거운동’의 범위를 크게 좁힌 것도 반대 논리 중 하나다. 당시 대법원은 “유권자가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을 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정들이 본래 취지를 넘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 해석이 사실상 유무죄를 나눈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진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임미리 고발’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진영 안팎의 건전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정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영역임에도 ‘듣기 싫은 소리’에 법의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게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이에 대응하는 다른 진영의 행태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을 향해 정치적 공세만 취했을 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관련 비판 등 열린 공간이 오히려 검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약한 편이다.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 발언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가 힐러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대한민국만 애매한 선거법 규정에 따라 쓸데없는 논란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