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계획이 다 있구나…자녀 주식 사두는 개미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3.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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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8.52포인트(1.09%) 내린 1686.24로, 코스닥이 10.93포인트(2.16%) 오른 516.61에 마감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8.52포인트(1.09%) 내린 1686.24로, 코스닥이 10.93포인트(2.16%) 오른 516.61에 마감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자녀한테 주식 증여하려는데 삼전 말고 추천주 있을까요?"

최근 들어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나 맘 카페 등에 자녀를 위한 주식 매수를 문의하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왔다. "아이 주식을 사려는데 무슨 주식이 좋냐", "자녀를 위한 장기투자 주식을 추천해달라" 등이 대다수다.



주가 하락으로 개인들의 주식 매수가 늘면서 자녀를 위해 주식을 사놓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여세 등을 고려해 예의주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5일까지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41조435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날 4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사상 최대 규모를 이틀 연속 경신한 것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말 27조3384억원 규모였던 투자자예탁금은 3개월 만에 51.5%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 급증해 이달 들어 25일까지 무려 10조2235억원이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는 가히 '역대급'이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10조4302억원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은 530억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고, 외국인은 11조6799억원을 순매도했다.

한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녀 주식 증여 관련 문의글. /사진=커뮤니티 갈무리한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녀 주식 증여 관련 문의글.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는 주가가 많이 내려간 상황을 틈타 자녀를 위해 주식을 사놓는 부모들도 있다.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7년간 일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재택근무를 하려 했는데 주식 문의가 쏟아져 상담을 직접 다녀야 할 정도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 자녀를 위한 주식 문의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최근 50대 주부 A씨는 20대 딸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이들 대형주의 가격이 싸지면서 양을 대폭 늘렸다. A씨는 "삼성전자 등은 장기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미성년 자녀는 10년간 2000만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미성년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려면 부모가 직접 증권사 지점을 찾아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내야 한다.

자녀를 위한 부모들의 주식 증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바른미래당(現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보유 상장사 주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 주주는 2014년 16만5028명, 2015년 18만4000명, 2016년 19만88명, 2017년 21만2570명, 2018년 26만62명으로 4년 연속 늘었다.

그러나 아직 자녀의 주식 증여를 늘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주식 상속세는 상속일 전후 각 2개월간의 주식 평균 종가를 토대로 산출하는데,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1~2월까지 포함하게 되면 생각보다 주식이 싸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자녀 주식을 사줄 때는 장기투자를 하게 되는데, 그렇게 10~20년이 지나면 처음엔 아니더라도 증여 규모가 비과세 대상을 넘는 경우가 다수"라며 "주가 저점을 활용해 주식 증여를 한다면 올해 중·후반기는 돼야 매력이 생기리라 본다. 이를 노리고 예의주시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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