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산 원유 ETN, 비싸게 산 건 아닌가요?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3.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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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급변동에 ETP 괴리율 발생 속출

유전에서 채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01.09유전에서 채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01.09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ETP(상장지수상품)들의 괴리율이 속출하고 있다. 괴리율이 발생하면 기초자산의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괴리율이 발생한 ETP는 107종목에 달한다.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등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P는 기초자산의 종가를 반영하는 지표가치가 있다.

그러나 해외 기초자산의 경우 한국 증시와 거래 시간이 달라 기초자산의 가격과 ETP 가격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 ETP는 가격이 고정된 상품이 아니라 장내에서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래에 상승 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투자자들은 지표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사더라도 미리 투자하려고 한다. 변동성 장세에 투자자들이 상승 또는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다.

괴리율이 플러스(+)일 경우 지표가치보다 주가가 높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싸게 사는 셈이 된다. 반대로 마이너스(-) 괴리율은 지표가치보다 싼 가격에 사는 것이다 .다만 기초자산이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싼 가격이라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날 괴리율이 극심하게 발생한 종목들은 주로 아시아 증시 관련 ETP들이다. KINDEX 인도네시아MSCI(합성) (10,745원 ▼5 -0.05%)은 12.75%, 신한 MSCI 인도네시아 선물 ETN(H)은 10.36%, KINDEX 필리핀MSCI(합성)는 7.63%가 고평가됐다. 신한 인버스 MSCI 인도네시아 선물 ETN(H) (11,595원 0.0%)는 -9.82%을 보였다


최근 가격 변동이 심했던 원유 선물은 양방향에서 +괴리율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정방향과 인버스 상품 모두 과매수 된 것으로 풀이된다.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1,495원 ▼65 -4.17%)은 11.37%,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는 4.06%,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90원 ▼1 -1.10%)은 5.35% 괴리율이 발생했다.

ETP는 발행사가 주식 수량을 조정할 수 있는데, 원유 ETP들은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사가 기존에 상장해둔 수량이 소진돼 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유한 수량이 소진돼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서 가격 괴리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증권은 오는 4월 1일에 2000만주를 추가 상장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날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주식 1300만주를 추가 상장해 가격 괴리 축소에 나섰다.

이 외에도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 H) (12,515원 ▲90 +0.72%)가 -6.3%,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 (6,190원 ▲10 +0.16%)가 8.36%, 하나 코스피 변동성 추세 추종 양매도 ETN가 -8.96%로 괴리율이 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괴리율은 기초자산과 ETP의 거래시간 차이와 투기적 수요, 그리고 유동성 공급자의 물량 부족 등이 중첩된 결과"라며 "변동성 장세일수록 적정 가치에 근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표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가 커지면 투자자 입장에서 예상치 않은 거래비용이 발생한다"며 "괴리율을 염두에 두고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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