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 뛰는 치료·백신株…뛰어들기 전 따져볼것들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0.03.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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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Open Walking Thru)에서 의료진들이 외국인 입국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Open Walking Thru)에서 의료진들이 외국인 입국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


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코로나19(COVID-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로 번지면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이 같은 기업들에 돈이 몰린다. 폭락 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다는 기업들의 주가는 수직상승을 하고 있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성공이 담보되지 않은 도전인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오전 11시 현재 신라젠 (5,090원 ▼60 -1.17%)은 전 거래일보다 2100원(16.94%) 오른 1만4500원에 거래 중이다. 신라젠은 전날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국내 기업들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을 알린 코미팜 (4,555원 ▼130 -2.77%)은 1개월여 만에 시가총액 순위가 30위권 밖에서 9위까지 뛰어올랐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공표한 기업들은 30여 곳에 달한다. 모든 기업들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셀트리온제약 (105,100원 ▲1,400 +1.35%)은 최근 1주일여 만에 3만50원에서 6만4400원까지 두 배 넘게 올랐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23,600원 ▼300 -1.26%), 셀리버리 (6,680원 ▼2,850 -29.91%), 유틸렉스 (2,700원 ▼45 -1.64%), 지노믹트리 (22,150원 ▲300 +1.37%), 젬백스 (11,780원 ▲20 +0.17%), 일양약품 (14,330원 ▼40 -0.28%), 부광약품 (6,660원 ▼430 -6.06%) 등도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문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가능성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효과가 있는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부작용을 찾아내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공산이 크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치료제보다 백신 개발이 더 어려운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바이러스를 사균화 해 인체에 투여하는 백신은 아무리 빨라도 안전성 측면에서 개발하는 데 18개월이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향후 코로나19가 계절성 유행병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현황/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달 초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현황/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백신을 보급했던 GSK는 관련 매출이 2010년 18억4000만달러(약 2조2380억원)까지 증가했다가 2011년 2900만달러(약 350억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수 있을지, 종식된다면 언제쯤일지, 아니면 유행병으로 발전해 새로운 시장이 열릴지 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투자에 나설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많은 바이오 기업들 중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해 실제 수익을 낼 곳은 극소수일 가능성이 높고 시간도 몇 년 이상 걸릴 수 있는 탓이다.

박병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계절성 유행병이 되더라도 변수에 따라 그 주기가 1년이 될 수도, 2년이 될 수도 있고 그 규모가 지금과 같은 대유행의 수준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신규 시장의 생성 여부와 규모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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