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짜리가 한달에 1억씩 쑥, 을밀대 있는 그 동네에 무슨일이?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03.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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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을밀대 속한 마포구 공덕역~대흥역 사이 '염리동 재개발' 사업 가속… '지분쪼개기'도 성행

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 사업 개요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 사업 개요


"염리동 재개발은 물건이 없어서 못 사요. 한 달에 1억원씩 가격이 뛰었어요."(마포구 염리동 마포성심공인중개소 조성래 대표)

코로나19로 부동산시장이 잠잠해지고 있다지만 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 사업은 다르다. 올 1월부터 가격이 수억원씩 뛰고 매물 찾기가 어렵다. 한 필지에 여러개 구분 등기가 가능한 다세대주택으로 나눠 인위적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 투기행위인 '지분 쪼개기'까지 횡행하고 있다.

재개발을 위한 노후도 요건이 지난해 12월 갖춰진 후 주민들이 본격 재개발 추진에 나서며 가속이 붙은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대흥역과 5·6호선·공항철도가 지나는 공덕역 사이에 위치한 사실상 '마포구의 마지막 노른자땅'이라는 점도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노포 '을밀대' 본점도 사업지에 속해 함께 개발이 추진될 전망이다.



곳곳에 지분 쪼개기 공사… 대지 5평 가격 두달새 2억 '껑충'
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 사업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 사업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26일 찾은 염리동 82-1번지 일대 재개발 구역. 대흥역에서 대로변을 따라 2분 정도 걸어 보이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널따란 도로와 달리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낮은 집들이 보인다. 게중에는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빌라들도 있다. 지분쪼개기를 위해 만들어진 집들이다.



공사를 위해 안전펜스를 쳐놓은 곳들도 눈에 띄었다. 분양권을 다수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쪼개 다세대주택을 만들려는 곳들이었다. 을밀대 본점 뒤편에도 공사에 들어간 땅이 있었다. 현재 9개 가량의 필지가 쪼개진 것으로 파악된다.

인근 마포성심공인중개소의 조성래 대표는 "지난해부터 업자들이 지분 쪼개기를 위해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며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마포 염리동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창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 사업지 내에서 지분쪼개기를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서울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 사업지 내에서 지분쪼개기를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이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6㎡(약 14평)짜리 단독주택이 4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위치 안 좋은 59㎡(18평) 단독주택이 7억원에 나왔다 들어갈 정도로 가격이 올랐고 매물이 많지 않다. 지난해 3.3㎡당 3000만원에서 현재는 4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업자들이 통매입할 때는 4500만~5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쪼개기로 만들어진 대지면적 17㎡(약 5평), 건물면적 20~23㎡(6~7평)짜리 원룸은 두 달 새 가격이 2억원 가량 뛰었다. 지난해 11월 3억원 후반대에서 12월 4억원 후반대, 연초에는 5억원 후반대까지 다달이 급등했다.

조 대표는 "조합원 분양권 또는 '로또청약'이라 불리는 일반분양권이라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주근접·학원가·초품아·더블역세권·평지 장점… 차기 마포 '대장주' 노려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인근 모습. 왼쪽부터 마포자이2차아파트와 공사 중인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염리3구역 재개발) 아파트가 보인다./사진= 박미주 기자지하철 6호선 대흥역 인근 모습. 왼쪽부터 마포자이2차아파트와 공사 중인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염리3구역 재개발) 아파트가 보인다./사진= 박미주 기자
가격이 뛰는 이유는 입지에 있다. 광화문, 여의도, 상암 등 직주근접 장점이 부각된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하나인 마포에서도 입지가 좋은 편이다. 대흥역과 공덕역 '더블 역세권'에 대치동 같은 학원가가 대흥역 인근에 형성돼 있다.

사업지 주변으로는 용강초와 서울여고·서울디자인고, 숭문중·숭문고 등 학교가 감싸고 있다.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숙명여대 등과도 가깝다. 대로 건너에는 산책하기 좋은 경의선숲길이 있다.

평지에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마포구에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염리3구역 재개발)' 등 언덕을 끼고 있는 아파트들이 상당수 있어서다.

재개발 추진위는 이곳에 지하 2층~지상 29층, 총 14개동, 전용면적 39~99㎡ 1686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인근 성공한 재개발 사업지인 '신촌그랑자이'(올해 2월 입주), 마포프레스티지자이(2021년 3월 입주) 등과 함께 대규모 신축 단지를 형성하며 마포구 아파트 시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근 마포 염리동 재개발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친환경 최고급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며 "현재 신축 단지보다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본다"고 청사진을 내놨다.

김창근 마포 염리동 재개발 추진위원회 위원장/사진= 박미주 기자김창근 마포 염리동 재개발 추진위원회 위원장/사진= 박미주 기자
염리5구역 뉴타운 해제 후 재시작 '탄력'… 추진위원장 "주민 동의율 높일 것"
이곳은 당초 마포 아현뉴타운 염리5구역에 속해 있었다. 2017년 7월 정비구역으로 결정됐지만 2015년 5월 토지소유자 등 50% 이상이 해제를 신청하며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당시에는 염리동과 서강대 후문 쪽 대흥동이 함께 염리5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17년 8월 김창근 추진위원장이 재개발정비구역 재지정을 신청하면서 대흥동 일대를 제외하고 염리동 단독 사업으로 추진했다. 대흥동이 염리동 대지면적 6만7495㎡ 대비 7분의 1 정도로 면적이 작고 행정동이 다른 데다 대흥동을 포함시켰을 경우 재개발 동의율이 낮고 사업성이 더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당시에는 재지정이 관철되지 못했다. 부지에 있는 KT마포솔루션빌딩 건물의 노후도 비율이 기준인 6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마포 염리동 재개발 사업 부지 내 KT마포솔루션빌딩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마포 염리동 재개발 사업 부지 내 KT마포솔루션빌딩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지난해 12월부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때부터 KT 건물의 노후도 비율이 기준을 충족해서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KT와 협의하고 있다.

아직 추진위 승인이 나지 않은 초기단계지만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토지등 소유자의 동의서를 얻고 있다.

김 추진위원장은 "지분 쪼개기가 성행할수록 기존 소유주들의 부가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 조합원들의 개발 동의서 협조가 빠를수록 좋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줄게 되면 주민설명회를 열어 동의율을 높이고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포 염리동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사진= 박미주 기자마포 염리동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사진=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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