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첫날 격리시설서 보낸 유럽 유학생 "시설 깨끗, 밥 맛있어"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3.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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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황기선 기자 = 유럽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 실시를 시작한 22일 오후 유럽발 입국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검역 확인증'을 손에 들고 있다.  유럽발 입국자 중 유증상자는 검역소 격리시설에서, 무증상자는 지정된 임시생활시설에서 검사를 받는다. 2020.3.22/뉴스1(인천공항=뉴스1) 황기선 기자 = 유럽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 실시를 시작한 22일 오후 유럽발 입국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검역 확인증'을 손에 들고 있다. 유럽발 입국자 중 유증상자는 검역소 격리시설에서, 무증상자는 지정된 임시생활시설에서 검사를 받는다. 2020.3.22/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유학생과 교민들의 귀국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 발(發) 입국자 수는 일평균 각각 1000명, 2500명 규모에 이른다.

2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2일 0시부터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전수 진단검사 및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오는 27일 0시부턴 미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서도 2주간 자가격리 조치가 의무화된다.



특히 유럽발 입국자의 경우 무증상자도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역당국이 마련한 별도의 격리시설에서 머무른 뒤 음성 판정이 나오면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방역당국은 지난 24일 오후 2시부터 내국인 무증상자는 자가격리하면서 관할 보건소에서 입국 후 3일 이내 검사 받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지만 유증상자와 외국인은 시설 격리 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입국자 수가 줄어들게 되면 모든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 보고 있다. 24일 영국에서 귀국해 공항 전수조사를 받은 어학연수생 A씨에게 입국자 격리·조사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들었다.



"입국자 대부분 20대 한국인 유학생…한국행 티켓 매진"
24일 국내 입국한 유럽발 비행기의 승객들. 20대 유학생이 대부분이다./사진제공=A씨24일 국내 입국한 유럽발 비행기의 승객들. 20대 유학생이 대부분이다./사진제공=A씨
A씨는 지난 24일 오후 12시 쯤 한국에 도착했다. 한 달 전부터 예매해둔 비행기 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이 없어 평상시 비행기 값의 3분의 1 가격으로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3월부턴 현지 대학의 온라인강의 전환 등을 이유로 귀국하는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한국행 비행기표는 빠르게 매진됐다.

A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행기서부터 '거리두기'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사람이 앉은 좌석의 옆 칸은 비우는 지그재그 형식의 거리두기다.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대부분 20대 한국인 유학생이었고 외국인은 거의 없었다.


A씨는 한국에 도착한 후 1시간 이내로 진단검사를 받았다. 검체 채취는 구인두와 비인두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 속과 목구멍 속으로 면봉을 깊숙이 집어넣고 문질러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A씨는 운이 좋아 1시간 이내로 검사 받았지만 같이 온 다른 승객들 중엔 검사 받기 위해 하루 동안 기다려야 하는 승객도 있었다. 검역을 마치면 입국일 등이 기재된 '검역 확인증'을 발급 받고 자가진단 앱(App)을 설치한다.

격리시설은 수련원…식사 네 끼, 새 수건 제공
24일 A씨가 입소한 격리시설/사진제공=A씨24일 A씨가 입소한 격리시설/사진제공=A씨
검사 후 A씨는 군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2시간 거리(약 143km)에 위치한 청소년수련원으로 이동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마련한 무증상자를 위한 1박 2일 생활격리 검사시설 중 하나다. 무증상자를 위한 격리시설은 총 1200실 정도인데 A씨가 묵은 수련원은 이 중 220실 정도를 보유했다. A씨는 경찰이 수련원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가 격리소에서 제공받은 식사/사진제공=A씨A씨가 격리소에서 제공받은 식사/사진제공=A씨
A씨는 수련원에 입소해 세면도구 및 새 수건 3개와 식사 네 끼, 간식 등을 제공 받았다. A씨가 대묵은 방은 침대와 화장실이 딸린 방으로 방 하나 당 한 명씩 입소했다. A씨는 "시설이 깨끗하고 좋았으며 식사도 맛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25일 오후 음성 판정이 나온 뒤 가족의 차를 타고 집으로 복귀했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 여부는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이 확진을 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고 자신의 검사 결과에 대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자가진단앱(왼쪽)과 지자체 자가진단앱(오른쪽)/사진제공=A씨보건복지부 자가진단앱(왼쪽)과 지자체 자가진단앱(오른쪽)/사진제공=A씨
집으로 복귀한 후에도 A씨는 2주 간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는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는 각 입국자들에게 하루 2번씩 전화를 걸어 몸 상태를 확인한다. A씨는 귀가한 다음날인 이날 아침에도 보건소의 전화를 받았다. 지자체 보건소의 자체 자가진단 앱을 설치해 건강 상태를 입력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A씨는 "보건소에서 매일 2회씩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며 "오늘 아침엔 지자체에서 마스크, 소독제 등을 문 앞에 두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입국한 친구네 지자체는 집 앞에 라면, 컵밥, 간식 등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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