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한세실업·영원무역 美 코로나 '직격탄'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3.26 14:28
글자크기

美 코로나 확산에 갭·나이키 등 영업 중단…바이어 주문 취소·선적 보류 발생

미국에서 갭·나이키·올드네이비를 비롯해 월마트·콜스·타겟까지 매장을 폐쇄하거나 단축 영업에 나서면서 미국 패션업체를 바이어(고객사)로 둔 한세실업 (21,000원 ▲300 +1.45%)·세아상역·영원무역에 비상이 걸렸다.



"우려가 현실로" 한세실업·영원무역 美 코로나 '직격탄'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미국 소비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바이어의 주문 취소(오더 캔슬) 우려가 현실화됐다. 국내 의류 벤더(Garment Vender)사의 섬유·의류 공장이 집중된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미 고객사들의 선적 보류·오더 취소가 빈발하면서 섬유·패션업계의 주문·생산·출고·결제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

26일 현재 미국 캐주얼 브랜드 갭은 미국 전역에서 100개 매장의 문을 닫고 이외 지역은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올드네이비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매장을 2주간 폐쇄했고 아베크롬비 앤 피치도 28일까지 미 전역 매장을 폐쇄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매장을 글로벌 매장 대부분을 27일까지 닫는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인 제이씨페니를 비롯해 메이시스, 노스트롬도 2주간 폐점 또는 영업시간 단축을 결정했다. 의류브랜드 매장뿐 아니라 유통업체가 폐점하면서 미국 내 패션의류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

미국 주요 패션 브랜드와 백화점 매장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미국 내 주요 의류 바이어들은 베트남·방글라데시 등에 공장을 둔 벤더사들에 주문 취소·선적 지연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세실업은 갭, 어반아웃피터스, 아메리칸이글 등 미국 캐주얼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뒀으며 세아상역도 월마트, 갭, 타깃에 옷을 납품한다. 영원무역 (36,900원 0.00%)은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콜롬비아 등을 미국 바이어를 상대하고 있다.


한세실업 등 의류 벤더사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미국·유럽에 집중된 글로벌 고객사의 매출이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최대 의류 시장으로 미국의 소비경기는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등 실적에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한세실업은 이번 주부터 부서장 중심으로 비상경영대책 협의에 들어갔다. 영원무역과 한솔섬유도 대책을 논의 중이며 벤더사들이 비용 절감 대책을 고심 중이다.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둔 한 의류벤더업계 관계자는 "내일 선적해야 하는 주문인데 미국 바이어로부터 선적을 당장 중단해달라는 요청이 온다"며 "바이어 측이 항공으로 보낼 물건을 배로 보내달라고 오더를 변경하는 등 최대한 납품을 늦춰달라는 요청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의류 벤더들은 3개월 단위로 주문·출고를 진행하지만 최근 패스트 패션 트렌드로 주문 간격이 훨씬 좁아진 상태다. 계절별 오더 외에도 패션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월간 단위로 옷을 납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어가 갑자기 대금 지급을 미루면 옷을 만드는데 들어간 원부자재/봉제/물류의 3대 비용을 모두 벤더사가 떠안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실적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 현지 갭, 나이키 등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이들이 대규모 재고를 떠안게 될 경우, 고객사의 재고 증가가 결국 의류 벤더들의 주문 감소와 재고 증가로 이어져서다. 재고 자산은 연말 회계 장부에서 대규모의 손실(재고자산평가손실)이 될 수 있다.

일례로 한세실업은 2015년까지 재고자산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으나 2016년 미국 의류소비가 냉각되자 재고자산이 55% 급증했다. 재고자산이 늘면서 매출원가가 상승하자 이익률이 크게 떨어져, 2016년 한세실업 영업이익은 42.3% 급감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수출협회에 의하면 해외 브랜드 업체의 오더 물량이 30% 정도 감소했고 수출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유럽이나 미국 노출도가 높은 의류 OEM·ODM 업체들은 전방 산업 수요와 공급 체인이 정상화되기까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TOP